85일. Jazzy하게, 엇박의 묘미

by 속삭이는 물결

오랜만에 해가 쨍하니 떴다. 눈부시고 덥고. 날씨가 변하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어느 날에 어떤 마음을 품느냐가 인연을 맺게 하고 엇갈리게 한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업보다.


오늘은 사람이 확 줄었다. 다들 휴가를 간 모양이다. 덕분에 평소보단 약간 여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이 정도에 여유롭다고 느끼다니…. 자유형 발차기 하나, 배영 발차기 하나, 평영 발차기 둘. 자유형 둘, 배영 둘, 평영 둘. 지금까지 받은 피드백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 그냥 팔다리 동작을 더 정확하게 하려고만 했다.


평영을 할 때 선생님이 코멘트를 하셨는데 알아듣지 못해서 멈춰 섰다. 선생님은 찌르기를 하기 전에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나는 손으로 앞을 찌르기 전에 고개를 숙여버린다고 한다. 찌르는 걸 눈으로 보고 고개를 숙이고 그다음에 다리를 차야 한다. 처음에도 말해주셨다고 하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리보다 손이 약간 더 빨라야 한다고는 하셨는데, 고개를 숙이는 타이밍은 오늘 처음 듣는 것 같다. 손, 머리, 다리 순서로 움직이기.


이걸 명심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제대로 순서를 지키고 있는지 감이 없었지만, 점점 박자를 맞춰가는 게 느껴졌고, 놀랍게도 촤악! 하며 더 잘 나가는 느낌이 났다. 손 머리 다리 순서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발전될 수 있다니. 몸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것 같은 쾌감까지 있다.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곤 얼마 안 돼 접영 연습에 들어갔다. 일단은 킥 세네 번에 자유형 팔 따로 연습하기. 왼팔도 떨어지고 몸 축도 잘 돌아가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그러곤 한 팔 접영 연습. 오늘은 유튜브에서 본 대로 앞을 보며 연습해 봤다. 옆을 볼 때마다 훨씬 더 힘들었다. 턱을 너무 내밀게 되기도 하고. 힘들 때는 평영 손을 섞어가며 내 맘대로 연습을 했다.


물론 양팔 접영도 연습해 봤다. 지난주에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차렷 자세에서 글라이딩하며 기다리기. 거의 두 바퀴 반을 연습했는데 앞으로 잘 나가지지가 않았다. 글라이딩의 느낌이 거의 나질 않고, 대각선으로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걸 선생님께 여쭈려고 기회를 봤지만 기회가 오질 않았고 혼자 고민을 해보다가 깨달았다. 내가 양팔로 물을 잡을 때 킥을 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맙소사. 킥 따로 팔 따로 하고 있었으니 글라이딩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같이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휴.


왕복으로 달리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다른 분께 피드백을 주시고 계셨다. 접영 이야기인 듯해서 옆에 서서 같이 들었다. 요지는 상체는 흔들지 말고 가슴을 더 눌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 나도 상체를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가슴 누르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그분의 코칭이 끝나고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는 듯했다. 선생님은 나를 보며 엉덩이가 올라오는 만큼 충분히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잘 나가질 않는다고 말이다.


손도 먼저 움직이질 않는다고 하셨다. 평영과 마찬가지로 손이 먼저 움직인 다음에 킥을 차야 한다고 말이다. 굉장히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격동의 하루를 보낸 탓인지 기억이 흐릿해졌다ㅠㅠ


그러면서 이따가 한 팔 접영을 연습하는데 손으로 먼저 움직임을 시작하고 킥을 차서 바닥에 손을 닿도록 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손동작을 하는 것이 다리 동작을 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처음엔 손과 다리를 동시에 하라고 배우지만 점점 잘하게 되면 손의 타이밍이 조금 더 빨라야 손과 다리가 잘 협응하며 움직일 수 있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한 팔 접영이나 양팔 접영을 할 때도 팔이 살짝 어깨 라인을 넘어갈 때쯤 킥을 차면 된다고 말이다. 오늘은 평영도 엇박, 접영도 엇박으로 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배운다! 양팔 접영도 어떻게 연습해 보라고 알려주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접영에선 움직이는 순서가 손 킥 킥, 손 킥 킥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이 보이셨는지 “그건 너무 어려우니까” 일단 어떻게 해보자고 하셨는데 그 어떻게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네. 아마도 바닥에 손 닿는 연습이었을 것이다.


킥을 여러 번 찰 때는 손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도 물었는데 우문이었다. 궁극적으로는 킥을 한 번씩 차는 게 맞기(?) 때문이다.


뭔가를 설명하면서 물속에서 나가는 게 잘되냐, 물 밖에서 나가는 게 잘되냐고도 물으셨는데 그게 뭐였지? 깨알 같은 꿀팁이 많았는데 다 까먹었냐! 덕분에 오늘의 글이 숭숭 구멍 뚫린 직물 같은 점 양해 바란다ㅜㅜ


설명을 듣느라 마무리 체조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그것도 맨 앞에 서서..) 마무리 체조가 끝나자마자 바닥에 손 짚는 연습을 해보았다. 손이 닿을 듯 말 듯 좀처럼 되질 않았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킥을 더 빠르게 찬 것 같다. 한 바퀴째 하고 나니 겨우 딱 한 번 바닥에 손이 닿았다. 계속 물속에서 움직이니 숨은 찼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게 내 건가 봐!


양팔 접영도 연습해 보았는데 팔을 먼저 움직이고 킥을 차자 추진력이 확실히 생기는 느낌이 났다. 일단 감을 찾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좋은 소식! 나의 수영 라이프가 연장되었다. 이제 곧 마무리를 할 거라고 아쉬워했는데, 몇 주 더 수업을 나오면서 동작을 더 다듬을 수 있게 됐다. 당분간 수영을 못한다는 생각에 슬퍼했더니, 신의 선물인지(?) 접영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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