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가 쨍하니 떴다. 눈부시고 덥고. 날씨가 변하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어느 날에 어떤 마음을 품느냐가 인연을 맺게 하고 엇갈리게 한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업보다.
오늘은 사람이 확 줄었다. 다들 휴가를 간 모양이다. 덕분에 평소보단 약간 여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이 정도에 여유롭다고 느끼다니…. 자유형 발차기 하나, 배영 발차기 하나, 평영 발차기 둘. 자유형 둘, 배영 둘, 평영 둘. 지금까지 받은 피드백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 그냥 팔다리 동작을 더 정확하게 하려고만 했다.
평영을 할 때 선생님이 코멘트를 하셨는데 알아듣지 못해서 멈춰 섰다. 선생님은 찌르기를 하기 전에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나는 손으로 앞을 찌르기 전에 고개를 숙여버린다고 한다. 찌르는 걸 눈으로 보고 고개를 숙이고 그다음에 다리를 차야 한다. 처음에도 말해주셨다고 하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리보다 손이 약간 더 빨라야 한다고는 하셨는데, 고개를 숙이는 타이밍은 오늘 처음 듣는 것 같다. 손, 머리, 다리 순서로 움직이기.
이걸 명심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제대로 순서를 지키고 있는지 감이 없었지만, 점점 박자를 맞춰가는 게 느껴졌고, 놀랍게도 촤악! 하며 더 잘 나가는 느낌이 났다. 손 머리 다리 순서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발전될 수 있다니. 몸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것 같은 쾌감까지 있다.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곤 얼마 안 돼 접영 연습에 들어갔다. 일단은 킥 세네 번에 자유형 팔 따로 연습하기. 왼팔도 떨어지고 몸 축도 잘 돌아가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그러곤 한 팔 접영 연습. 오늘은 유튜브에서 본 대로 앞을 보며 연습해 봤다. 옆을 볼 때마다 훨씬 더 힘들었다. 턱을 너무 내밀게 되기도 하고. 힘들 때는 평영 손을 섞어가며 내 맘대로 연습을 했다.
물론 양팔 접영도 연습해 봤다. 지난주에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차렷 자세에서 글라이딩하며 기다리기. 거의 두 바퀴 반을 연습했는데 앞으로 잘 나가지지가 않았다. 글라이딩의 느낌이 거의 나질 않고, 대각선으로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걸 선생님께 여쭈려고 기회를 봤지만 기회가 오질 않았고 혼자 고민을 해보다가 깨달았다. 내가 양팔로 물을 잡을 때 킥을 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맙소사. 킥 따로 팔 따로 하고 있었으니 글라이딩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같이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휴.
왕복으로 달리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다른 분께 피드백을 주시고 계셨다. 접영 이야기인 듯해서 옆에 서서 같이 들었다. 요지는 상체는 흔들지 말고 가슴을 더 눌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 나도 상체를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가슴 누르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그분의 코칭이 끝나고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는 듯했다. 선생님은 나를 보며 엉덩이가 올라오는 만큼 충분히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잘 나가질 않는다고 말이다.
손도 먼저 움직이질 않는다고 하셨다. 평영과 마찬가지로 손이 먼저 움직인 다음에 킥을 차야 한다고 말이다. 굉장히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격동의 하루를 보낸 탓인지 기억이 흐릿해졌다ㅠㅠ
그러면서 이따가 한 팔 접영을 연습하는데 손으로 먼저 움직임을 시작하고 킥을 차서 바닥에 손을 닿도록 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손동작을 하는 것이 다리 동작을 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처음엔 손과 다리를 동시에 하라고 배우지만 점점 잘하게 되면 손의 타이밍이 조금 더 빨라야 손과 다리가 잘 협응하며 움직일 수 있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한 팔 접영이나 양팔 접영을 할 때도 팔이 살짝 어깨 라인을 넘어갈 때쯤 킥을 차면 된다고 말이다. 오늘은 평영도 엇박, 접영도 엇박으로 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배운다! 양팔 접영도 어떻게 연습해 보라고 알려주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접영에선 움직이는 순서가 손 킥 킥, 손 킥 킥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이 보이셨는지 “그건 너무 어려우니까” 일단 어떻게 해보자고 하셨는데 그 어떻게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네. 아마도 바닥에 손 닿는 연습이었을 것이다.
킥을 여러 번 찰 때는 손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도 물었는데 우문이었다. 궁극적으로는 킥을 한 번씩 차는 게 맞기(?) 때문이다.
뭔가를 설명하면서 물속에서 나가는 게 잘되냐, 물 밖에서 나가는 게 잘되냐고도 물으셨는데 그게 뭐였지? 깨알 같은 꿀팁이 많았는데 다 까먹었냐! 덕분에 오늘의 글이 숭숭 구멍 뚫린 직물 같은 점 양해 바란다ㅜㅜ
설명을 듣느라 마무리 체조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그것도 맨 앞에 서서..) 마무리 체조가 끝나자마자 바닥에 손 짚는 연습을 해보았다. 손이 닿을 듯 말 듯 좀처럼 되질 않았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킥을 더 빠르게 찬 것 같다. 한 바퀴째 하고 나니 겨우 딱 한 번 바닥에 손이 닿았다. 계속 물속에서 움직이니 숨은 찼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게 내 건가 봐!
양팔 접영도 연습해 보았는데 팔을 먼저 움직이고 킥을 차자 추진력이 확실히 생기는 느낌이 났다. 일단 감을 찾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좋은 소식! 나의 수영 라이프가 연장되었다. 이제 곧 마무리를 할 거라고 아쉬워했는데, 몇 주 더 수업을 나오면서 동작을 더 다듬을 수 있게 됐다. 당분간 수영을 못한다는 생각에 슬퍼했더니, 신의 선물인지(?) 접영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