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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0. 2023

직설적인 화법의 우리 시어머니

"당신은 이 지역 출신이 아닌데요?" 

테네리페 대표 관광지중 하나인 아프리카 성모 전통시장 (Mercado de Nuestra Señora de Africa). 

오전에만 운영을 한다고 해서 우리는 아침을 먹자마자 택시를 타고 갔다.

시장 안에는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한 군데도 빠짐없이 모두 둘러보았다.


시어머니께서는 케이크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하셨지만 내 눈에는 다 맛있어 보였다. 케이크이나 빵을 봐도 나는 자꾸 필리핀이 떠올랐다. 스페인 식민지역사를 가진 필리핀은 언어나 문화가 생각보다 스페인과 더 많이 비슷한 듯했다.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과일과 야채였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산처럼 쌓여있는데 주인은 저 산 한가운데에 신처럼 서 있었다.

우리가 많이 먹었던 주름감자도 있었는데 오늘은 일단 구경만 하고 프랑스로 떠나기 전날 다시 돌아와서 제대로 쇼핑을 하기로 했다. 

동남아살이 12년 동안 웬만한 과일들은 모두 맛봤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신기한 과일들이 많구나!

과일을 고를 때는 꼭 비닐장갑을 끼고 골라야 한다. 옆에 한 아저씨가 노란색 과일을 고르는 걸 봤는데, 신기해서 자세히 보니 다름 아닌 용과였다! 드래건프룻! 노란색 용과는 처음인데 너무 예쁘다. 내가 신기하게 쳐다봤더니 어머님께서 맛보라며 바로 반쪽을 사주셨다.

이렇게 반쪽씩 잘라서 스푼과 함께 포장해서 팔고 있었는데 반쪽임에도 불구하고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었다.

저 신기한 빨간 바나나는 시아버지께서 한송이 사셨다. 테네리페에는 노란 용과나 빨간 바나나뿐만 아니라 빨간 파인애플도 있었다!

하늘 색깔과 시어머니 옷색깔이 너무 예뻐서 순간포착한 사진! 저 잘했지요? 


지하에 있는 수산시장까지 모두 둘러본 후 우리는 광장 가운데 있는 테라스에 앉아 목을 축였다.

용과를 맛보았는데 엄청 달고 맛있었다. 검은 씨앗은 일반 용과보다 컸지만 식감은 더 물렀다. 태국에 살 때는 속살이 자주색인 용과를 자주 사 먹었는데 우리 남편이 유난히 그걸 좋아했었다. 비싸긴 하지만 갈 때 남편을 위해 노란 용과 몇 개 사가야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광장 한복판에서 알로에베라 제품들을 구경했다. 핸드크림, 바디크림, 젤타입 등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가격은 꽤 비쌌다.



"바로 우리 지역, 카라니아에서 재배된 알로에로 만든 제품들이랍니다!"

주인아저씨는 스페인어로 아주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이어지는 우리 시어머니의 냉정한 대답. 

"하지만 당신은 이곳 출신이 아닌데요?"

그는 바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미소만 지었다. 아... 내가 다 미안해지네... 아저씨,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슬픈 표정... 저희 어머님이 좀 직설적이십니다. 이해해 주세요...

어머님은 스페인어 발음이 어색해서 그랬다며 웃으시며 수분크림과 젤을 구입하셨다. 우리 어머님은 항상 내 편이라 참 다행이다. 남의 편이었음 나도 어머님 앞에서 긴장했을 것 같다. 아저씨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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