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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0. 2023

추로스는 다음에 꼭 사줄게.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할 때면 종종 여행책자를 펼쳐놓고 오늘은 어디를 갈까 하고 토론했다. 그러다 결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보타닉 가든(jardin botanique tenerife)이었다.  


시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렌터카를 타고 시원한 해변도로를 달렸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었지만 바다, 마을, 산의 풍경과 어우러지니 구름까지 웅장해 보였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선곡하신 신나는 포르투갈 음악도 우리 기분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크게 한몫했다. 

보타닉 가든이 있는 마을도 너무 예쁜 곳이었다. 저 뒤에 펼쳐진 산등성이 마을도 너무 아름다웠다. 


필리핀에서 정글 체험을 몇 번 해 봤던지라 웬만한 식물에는 크게 동할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산책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보타닉 가든에 들어갔다. 


우리 어머님은 항상 앞서 나가시면서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살펴보고 계셨다. 그리고 예쁜 꽃이라도 발견하시면 우리를 부르셨다.

강렬한 꽃을 딱 한송이 피어낸 나무. 선인장 꽃이라고 하셨다. 찻길에서도 선인장 꽃을 발견하시고는 아예 차에서 내려서 구경하신 적도 있었다. 가든 한가운데에는 압도적으로 큰 나무가 있었다. 마치 아바타에 나오는 그 나무처럼 웅장했다. 


"이곳에는 피피냄새가 안 나서 너무 좋구나!" 


아 사실이다. 공원이나 골목마다 소변냄새가 났는데 이곳은 공기가 맑았다.   

어머, 시어머니 방석! 


"어머님, 잠시 앉았다 가시겠어요?"


"아니야, 나는 하나도 안 힘들어. 네가 좀 앉아라."


이 방석 멕시코산이었구먼...  



보타닉 가든 산책을 마친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목을 축였다. 이곳에서 시어머니께서는 나를 위해 추로스를 파는 가게가 있는지 다 물어보고 다니셨는데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다.  


"추로스 다음에 꼭 사줄게."


딱히 먹고 싶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어머님이 꼭 사주겠다고 하시니 먹고 싶어 진다. 뭔가 특별한 게 있나 보다. 



호텔에 돌아온 우리는 하늘을 품은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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