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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5. 2023

우리가 굶을까 봐 챙기신다는 시어머니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넌 그냥 고맙다고만 하면 돼."

2020. 8. 22 토요일


우리 부부가 새로 주문한 가구를 조립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시어머니께서 찾아오셨다. 


미라벨 타르트를 만드셨다길래 딱 한 조각만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막상 가져오신 것은 커다란 타르트였다. 



너무 커서 다 못 먹는다고 말씀드렸지만 막상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그 자리에서 나 혼자 절반이나 먹었다. 


시어머니께서는 그헝프레에서 장을 봐오셨다며 우리를 위해 잠봉, 소시지 그리고 셀러리루트를 사다 주셨다. 어머님께서 아침에 우리에게 혹시 필요한 게 있는지 물으셨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냥 놀러 오시라고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음부터는 엄마 그냥 빈손으로 오세요. 저도 일하고 돈도 있어요. 오실 때마다 자꾸 뭔가를 사 오실 필요는 없다고요." 


자서방이 아무리 이렇게 말씀드려도 시어머니는 듣지를 않으신다. 


"부모니까... 자식이 굶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넌 그냥 고맙다고만 하면 돼."


자서방도 지지 않고 시어머니께 계속 본인의 의견을 고집했다. 우리 때문에 자꾸 돈을 쓰셔서 자서방은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시어머니께서 떠나시고 나는 자서방에게 말했다. 


"나도 어머님께서 너무 많이 사주시는 거 인정해.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좋아서 하시는 거라는 것도 잘 알아. 당신 동생은 스웨덴에 살고 있고, 우리는 바로 옆에 살고 있잖아. 연세 드신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돌봐드릴 사람도 우리야.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는 갚아 드릴 거라고. 오늘 한번 말씀드렸으니까 어머님께서도 어느 정도 생각하실 거야. 여기서 더 말씀드리면 서운해하실 것 같으니 이쯤 해서 그 얘긴 그만하는 걸로 해. 감사한 마음만 잊지 말자고."


"엄마는 너랑 시간을 보내는 걸 너무 좋아하셔. 엄마는 외로워서 그런 게 아니고 너를 정말 좋아하시는 거야. 그런데 오실 때마다 뭔가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빈손으로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린 거야. 이미 많은걸 해 주셨는데 자꾸만 해 주시니까... 사실 전에도 몇 번 말씀드렸는데 안 들으시네..." 




저녁에는 셀러리루트와 감자를 넣고 퓌레를 만들었고, 치포라타 소시지를 구워 먹었다. 어머님께서 종종 사다주시는 이 소시지는 볶음밥이나 피자에 올려도 기가 막히게 맛있다. (이걸 쓰다 보니 왜 자꾸 시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소시지를 사다주시는지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소시지에 환장을 하는구나...)


며칠 후에는 시어머니와 아시아마트와 애완용품점에 가기로 했는데 자서방은 어머님께서 분명 또 많이 사주실 거라고 미리부터 걱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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