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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0. 2023

테네리페의 모든 밤은 아름답고 맛있었다!

내일은 또 얼마나 맛있는 음식들을 만나게 될 것인가!

오늘 우리는 호텔 근처에 있는 바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늘 우리는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살모레호로 시작했다.

또 다른 스페인식 냉 토마토 수프인 가스파초와의 차이점은, 살모레호에는 허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토마토와 빵이 주재료인 데다 위에 삶은 계란이 토핑으로 얹어져서 가스파초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이었다. 시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는 살모레호보다 여기가 더 맛있었다.

메인메뉴로 나는 깔라마리를 주문했다. 테네리페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지!

깔라마리는 당연히 맛있었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저 양파였다! 그냥 생양파인데 너무 아삭하고 달아서 내가 눈을 땡그랗게 떴더니 시어머니께서 테네리페 양파는 프랑스 양파보다 수분이 많고 달다고 하시며 갈 때 양파를 몇 개 사가자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소금물에 삶은 주름감자 (파파스 아루가 다스)를 주문하셨는데 내 깔라마리에도 곁들임 음식으로 몇 개 딸려 나와서 어머님 접시에 있던 모호 소스에 찍어먹었다. 

"이 집도 파파스 아루가 다스가 나쁘지는 않은데 모호는 우리가 피자랑 같이 먹었던 그 집보다 못한 것 같아. 우리 돌아가기 전에 그 집에 한번 더 가야겠다. 그리고 나는 모호 만드는 책자도 사갈 거야."

시아버지 역시 주름감자를 시키셨는데 삶은 것이 아니라 튀긴 걸로 주문하셨다. 그위에는 계란 프라이와 하몬이 얹어져 있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아프리카 성모시장에 갈 거야. 거기가 오전에만 열린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평소보다 조식은 30분 더 일찍 먹자." 

시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항상 제일 늦게까지 먹으니까 내일부터는 아침에 좀 더 일찍 내려와서 먼저 먹고 있을까 봐요." 

우리 시아버지, 웃으시며 끄덕끄덕하셨다. 난 농담한 건데... 

오늘도 배불리 맛있게 먹고 나서 아름다운 테네리페의 밤공기를 만끽하며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시어머니께서 정면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레스토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셨다. 


그때 마침 달려온 서글서글하고 덩치 큰 호텔 직원 도밍고. 그는 시어머니께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먼저 물었고, 시어머니께서는 저기 앞에 보이는 두 군데 레스토랑 중 오른쪽 집으로 내일 저녁식사예약을 할까 싶다고 말씀하셨다. 


"제가 가서 예약해 드릴게요. 근데 오른쪽집보다는 왼쪽집이 맛있어요. 제말 믿으세요! 내일 8시 세분이죠?" 


우리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도밍고는 씩 웃으며 윙크까지 날리며 왼쪽집으로 달려갔다.


호텔에 근무한 지 오래되었는지 우리가 리셉션에 뭔가를 요청할 때도 그는 달려와서 우리 대신 직원에게 똑 부러지게 설명해주기도 하는 등 이미 여러 번 도움을 받은 터라 어머님께서는 그를 편애하시며 팁을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얼마나 맛있는 음식들을 만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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