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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2. 2023

프랑스인도 헷갈리는 프랑스어

야... 너네는 프랑스어 전공이라며...

오늘도 나는 가장 먼저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평소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자리(선생님과 반친구들이 한눈에 보이는, 옆으로 앉는 앞자리)에 낯선 프랑스인 남학생 두 명이 벌써부터 앉아있는 것이었다. 

힝 내 자리... 

어쩔 수 없이 다른 자리로 가서 앉았다. 


남학생들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수업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참, 여기 두 학생은 오늘 우리 수업에 참관하기 위해 왔다고 해요." 

이때 조용한 강의실의 정적을 깨는 소심한 내 목소리. 

"왜요...?"

몇몇 친구들이 웃었고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질문에 동조했다. 선생님께서는 웃으시며 그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시키셨다. 첫 번째 남학생이 긴장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는데 내 소심한 목소리가 또한 차례 불쑥 튀어나왔다. 

"너무 빨라요..." 

반친구들이 웃었고 그 남학생은 귀까지 빨개져서는 더 긴장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다시 시작했다. 아 미안해라... 그런데 프랑스 대학생도 긴장을 하는구나... 새삼 친근하네. 

아무튼 그 친구들은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고 장차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그 두 학생들에게 우리 시동생도 스웨덴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자기소개할 때 엄청 긴장했던 그 학생은 졸업 후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이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 지역이(도시명을 잊어버렸다.) 음악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취미생활도 하고 프랑스어도 가르치고 또 영어도 배우고 싶다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장래희망을 들려주었다. (자기소개할 때 좀 이렇게 하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20대 시절의 설렘과 불안함 그리고 자신감등이 뒤섞인 복잡했던 감정이 떠오는 것 같아서 대화가 즐거웠다. 주변에 반 친구들도 흥미를 느끼며 몰려들었고 또 내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너 음악 좋아해? 자 그럼 노래해 봐! 하나 둘셋넷!" 

"나는 노래보단 음악 감상이나 작곡을 더 좋아해서..."


이제는 좀 편안해졌는지 얼굴도 안 빨개지네?

"오... 그럼 나중에 프랑스어 동사변형 암기송 같은 거 만들어서 수업하면 학생들 좋아하겠다!" 

"그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어." 


난 중학교 때 영어첨 배울 때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그랬거든. 아이마이미마인...유유어유유얼즈...    






요즘에는 러시아전쟁이나 프랑스 선거에 대한 내용이 수업 중 단골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구절을 하나 제시해 주시면 호명된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서 칠판에다 그 구절을 활용해서 문장을 완성해서 적는 수업을 했다. 

나에게 제시된 구절은 바로 이것이었다: 일부 대통령 후보들은 공개토론에 초대되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나가, 칠판에다 "왜냐면 그들은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는데 지지(Soutiens)라는 단어를 일단 복수형으로 쓰고 나니 스펠링이 헷갈렸다. 프랑스인 남학생들 쳐다보면서 내가 슬쩍 손짓 눈짓으로 물었다. 

'여기에 t 넣어? 말아?' 

그 학생들은 동시에 나더러 고개를 끄덕이며 t를 넣으라고 했고 나는 얼른 Soutients이라고 고쳤다. 물론 반친구들은 크게 웃었고, 같이 웃으시던 선생님께서는 그 남학생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T 넣는 거 확실해요? 진짜?" 

아.. 틀렸나 보네.

"자, 여러분 봤지요? 프랑스인들조차도 프랑스어 문법이나 스펠링은 어렵답니다. 여기에는 t가 안 들어가요."

야... 너네는 프랑스어 전공이라며... 

그 학생들은 나한테 미안하다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야 뭐 덕분에 수업이 더 즐거웠으니 고마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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