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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2. 2023

나라별로 다르게 해석되는 제스처들

"나 그것 좀 봐도 돼?"

학교에서 중요한 숙제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느낌 문화의 차이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는 것인데 자료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서 선생님께 제출하면 선생님께서는 그걸 모아다가 작은 전시회를 개최할 거라고 하셨다. 

주제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몇몇 프랑스어 단어들이 떠올랐다. 

(참치), 까까(똥), 봉봉(사탕, 젤리, 캐러멜등..), 뽀뽀(응가), 시벨옴(잘생긴 남자) 등등... 처음 그 의미를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랬던가...  


나는 우리 반에서 제일 먼저 과제를 완성시켰고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셨다. 그때 근처에 앉아있던 스페인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 네가 쓴 것 좀 봐도 돼?" 

그런데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한쪽 눈밑을 당기며 말을 하고 있었다. 나를 놀리는 건가? 


"당연하지. 그런데 눈은 왜 이렇게 하는 거야?"

나도 똑같이 눈밑을 손가락으로 당기며 물었다.


"아 이거? 뭔가를 보여달라고 할 때 우리 에스빠뇰들은 이렇게 하거든. 너네는 이렇게 안 해?"

그러더니 또 눈밑을 당긴다! 나도 되갚아줘야지. 우리 둘이서 서로를 바라보며 눈밑을 계속 당기고 있었더니 어느새 반친구들 웃었고 선생님께서도 흥미로워하시며 물으셨다.


"한국에서는 이 동작의 의미가 다른가요?" 

"누군가를 놀릴 때 하는 행동과 비슷해요.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화나게 할 때요." 

"정말 흥미롭네요! 이 동작 한 가지가 나라별로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는군요! 스페인에서는 무언가를 보여달라는 의미지요?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답니다. 상대방의 거짓말을 간파했을 때 이렇게 해요." 

한마디로 '뻥치지 마!' 뭐 그런 의미인가 보다. 


별것도 아닌 이 동작이 나라별로 완전히 다르게 해석된다니 정말 흥미롭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머리옆에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시며 말씀하셨다. 

"이건 무슨 의미인 것 같아요?" 

그건... 미쳤다는 거 아닌가요... 

"똑똑한 사람을 가리킬 때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한답니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의미인가 보다. 다시 봐도 내 눈에는 미쳤다는 걸로만 보이는데... 다른 친구들 몇몇은 자기네 나라에서도 그건 똑같다며 동조했다. 나 혼자만 갸우뚱갸우뚱하며 "한국에선... 그거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해서 다들 웃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할 제스처 같은 것도 미리 학습을 할 필요가 있겠지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영국인 소녀가 말했다. 

"영국에서는 손등을 보이면서 브이를 하는 건 심한 욕이에요. 사진 찍을 때 그렇게 찍는 사람들을 종종 봤는데 영국에서는 그러면 안 돼요." 

그건 가운데 손가락만 세우는 것과 똑같은 의미라고 한다. 나도 소싯적에 그러고 찍은 사진 꽤 되는데 다행히 끊은 지 오래됐다.

역시 다국적반이라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나라별로 비교를 해보니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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