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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2. 2023

나라마다 너무 다른 식사초대 문화

커피는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의미예요

오늘의 수업주제는 나라별 식사초대문화였다. 

나는 또 자랑스러운 한국의 술문화를 잊지 않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식전주를 마시지 않아요. 술은 빈속에 마시지 않고, 식사 후에 마시거든요. 1차, 2차... 취할 때까지 마십니다!" 


나라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우선 시리아친구가 해 준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리아에서는 누군가의 집에 식사 초대 았을 때, 집주인이 후식 커피를 내 온다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요. 그래서 디저트를 먹은 직후에 집주인이 바로 커피를 내오면 무례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지요." 

그 말을 들은 선생님께서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시며 당황해하셨다. 

"울랄라... 나 예전에 시리아인 가정에 초대받았을 때 커피 마시면서도 눈치 없이 오래오래 앉아있었는데... 그럼 만일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도 나처럼 눈치 없이 집에 안 간다, 그럼 보통 어떻게 하나요?" 

이번에는 팔레스타인 친구가 대신 대답했다. 

"시리아처럼 팔레스타인도 비슷한 문화가 있어요. 대신 팔레스타인에서는 처음 손님을 맞을 때도 환영의 커피를 대접하고 마지막으로 떠나보낼 때도 작별의 커피를 대접하지요. 그런데 만일 손님이 작별커피를 마시고도 안 떠난다면 커피를 한번 더 권해요. 그건 제발 좀 빨리 떠나 달라는 거지요."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그날 커피를 두 잔을 마시고도 한참 더 오래 앉아서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며 회상을 하셨다.

페루친구는 집에 놀러 온 손님들이 안 떠나면 음악을 꺼버린다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또 재미있는 일화 몇 가지를 말씀해 주셨다. 

"오래전 내가 콜롬비아에서 일하던 시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어요. 그때 한 콜롬비아 커플로 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 집에 늦지 않게 갔더니 테이블 위에 볼로네제 스파게티 한 접시랑 코라콜라 한 병이 딱 놓여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더러 먹으래요. 왜 나만 먹냐니까 자기네는 이미 먹었다는 거예요. 내가 스파게티를 먹는 내내 그 커플은 맞은편에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렇게 불편한 식사는 내 생애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알게 된 한 클롬비아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는데 그 소년은 실제 콜롬비아에서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먹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해서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미국에 있을 땐, 어느 날 프랑스인들끼리 오랜만에 모여서 고급 샴페인으로 아뻬리티브를 즐기고 있었어요. 이렇게 맛있는 샴페인이 대체 얼마만이냐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도착한 미국인 한 명이 글쎄 샴페인을 한잔 따르더니만 거기에다 레몬 아이스티를 붓지뭐예요! 그 미국인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말 그대로 얼어붙었어요! 그런데 그 눈치 없는 미국인이 맛있다며 엄지를 세우는데 그 순간 프랑스인들은 모두 화가 났어요." 

일전에 독일인 동료가 자기네는 레드와인에 콜라를 섞어마신다고 말했을 때 프랑스인 동료들이 비명을 지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저는 프랑스인 가족에게 맨 처음 식사초대를 받았을 때 좀 힘들었어요. 밤은 깊어가고 배는 고픈데 아무도 식사 준비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뻬리티브로 배를 채우느라 미리 취해버렸지요. 본식을 먹고 한참 떠들다가 치즈를 먹고 또 떠들고 자정이 넘었을 때 이제는 다 끝났나 싶었는데 디저트가 나오더라고요. 저녁에는 배가 그렇게 고프더니 새벽에는 배가 터질 것 같았어요. 다들 계속해서 떠들 때 저는 혼자 꾸벅꾸벅 졸았어요." 

내 말에 모두들 '프랑스인들은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며 크게 공감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남의 집 식사에 초대를 받으면, 이제 가야겠다.. 하면서도 자꾸 안 일어나잖아요. 앞으로 저도 주의해야겠어요. 특히 외국인 집주인이 커피를 내줄 때는요."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우리 반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거라고 하셨다. 학기가 끝난 후에도 모여서 커피나 맥주 한잔하자고 신신당부하셨다. 이렇게 즐거운 토론을 이제는 강의실이 아니라 테라스에 모여 이어갈 수 있다면 나야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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