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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3. 2023

공정거래, 지역경제 그리고 프랑스어 연습까지

국제연대시장을 다녀왔다.

토요일 오후. 나는 Marché du Monde Solidaire (국제연대시장) 행사에 나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이 행사는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 80개가 참여하여 다양한 물건들을 공정거래로 판매하는데 수익은 모두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한다. 또한 이런 행사를 통해 청년들이 좀 더 세계 각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비영리단체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프랑스어 델프시험공부를 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주말에도 우리를 위해 시간 내서 나와주시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결국 나갔다. 이 선생님은 오래전 노조의 도움을 크게 받으신 적이 있어서 그 후로 노조활동에 꾸준히 참여하실 뿐 아니라, 환경문제와 지역경제 그리고 공정거래에 대해서도 실천을 해 오고 계시다. 


다행히 필리핀, 콜롬비아 친구들도 함께 나와주었다.


"내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요." 

선생님께서는 행사 관계자인듯한 분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분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시며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작은 부스 80개가 2층까지 펼쳐져있는데 모두 수공예품이고 가격 거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나는 페루 아이들을 돕는 이 부스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동용 예쁜 털모자를 2개 샀다. 각 8유로였다.


평소에도 티베트에 관한 얘기를 종종 하시던 선생님께서는 티베트부스를 보자마자 반갑게 달려가셨다.

저 도구의 이름은 모르겠다. 철, 금, 은 등등 총 8가지? 의 원료가 섞여있다고 하는데, 소리의 울림이 엄청났다. (필리핀 친구가 저걸 절구로 사용하는 시늉을 보여서 선생님께서 뒤집어지셨지만) 저 손잡이로 그릇바깥을 천천히 몇 바퀴 돌렸더니 울림이 점점 커져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들 쳐다봤다.

필리핀 친구는 이 부스에서 남자친구를 위한 티베트차 세트를 구입했다.

그다음 우리는 베트남 부스로 갔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그들의 자선사업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판매일을 돕고 있던 한 베트남 청년은 유창한 프랑스어로 자신 역시 프랑스에 와서 프랑스어 공부부터 시작해서 건축학과 석사까지 마쳤으며 현재는 베트남과 프랑스를 오가며 단체활동을 돕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스에 들를 때마다 대화를 나누느라 1층 한 바퀴를 도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필리핀친구가 목이 마르다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황급하게 달려오시며 외치셨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 기계에다 돈을 넣으면 이 돈은 어디로 가지요? 우리 지역의 상인들을 도와야 한다고요! 자자, 저기 카페에 가서 프랑스어 연습도 할 겸 직접 주문해 봐요. 그게 오늘의 목적이니까요." 

선생님은 웃는 얼굴로 잔소리를 하셨고 우리도 웃는 얼굴로 카페에 끌려갔다.


카페에서 각자 음료를 구입한 후 2층 행사장을 둘러보는데, 선생님께서 또 상냥한 목소리로 잔소리를 하셨다. 

"판매하시는 분들께 질문은 나 혼자 하고 있네요? 오늘의 목적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프랑스어를 연습하는 건데 나는 프랑스어 연습이 필요 없다고요." 

그 말에 우리는 까르르 웃었고 나 혼자 대답했다. 

"저는 평소에 말이 많아서 듣기 연습이 좀 더 필요하거든요."

선생님께서 잔소리는 하셨지만 우리만큼 즐거워 보이셨다. 오늘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아프리카 부스에서 시원한 생강레몬차를 팔길래 1유로를 내고 한잔을 마셨다. 달콤한 생강꿀차와 비슷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어묵튀김 비슷한 것 음식도 팔았는데, 필리핀 친구가 여러 개 사서 나눠주었다.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건데 다들 너무 맛있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때 선생님께서는 현금 가져오는 걸 깜빡하셨다며 어디론가 급히 연락을 취하셨다. "내 돈이 지금 오고 있어요."라고 몇 번 말씀하시다가 갑자기 "내 돈이 도착했대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시며 반갑게 달려 나가셔서 우리를 웃게 하셨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는 이모님과 이모님의 친구분과 함께 돌아오셨다.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 이모님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드렸더니 다른 친구들에게도 모두 한국인이냐 물으셨다. 편견이 없는 분이셨다.


"프랑스어를 참 잘하네요!" 

"감사합니다. 모두 다 그녀 덕분이지요." 

이모님의 칭찬에 내가 선생님을 가리키며 대답했더니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그건 아니라고 하셨다.


오늘도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먼 타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돕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물론 선생님 말씀처럼 프랑스어 연습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의미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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