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Jun 13. 2023

이름까지 비슷한 카자흐스탄식 만두, 만띠!

"역시 널 음식으로 놀라게 할 자신이 없었어."

카자흐스탄에서 온 친구 A가 그녀의 집으로 점심식사에 초대를 해 주었다. 

이날도 기차 파업이 있어서 멀리 사는 친구는 오지를 못했고 결국 나랑 필리핀친구, 이렇게 둘이서만 A의 집으로 향했다. A는 낭시 외곽에 있는 폼페이(Pompey)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데 낭시에서 기차로 1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었다. 


고작 15분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타는 짧은 기차 여행이 너무 좋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A가 기차역으로 마중 나와주었고, 우리는 그녀의 차를 타고 그녀가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완전 시골이긴 해도 있을 건 다 있어. 교회도 있고 시청도 있고 술집도 하나 있어. 근데 우리 남편은 저 술집에 절대 안 가. 저런 곳은 와이프랑 불화가 있는 남자들만 가는 곳 이래." 


그녀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마을의 주요 시설들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저 맞은편에 있는 노란 건물이 시청인데, 저곳에서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어. 우리 집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길로 당당하게 걸어갔지." 





그녀의 집안 곳곳에서 카자흐스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바로 거기, 알마티가 내 고향이야. 위에 낙타사진도 카자흐스탄이고."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카자흐스탄 소품들에 대해 하나하나 소개를 해 주었다.

"잘은 몰라도 뭔가 몽골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몽골이랑 카자흐스탄 문화에 접점이 있나...?

"아, 칭기스탄의 아내가 카자흐스탄인이었어. 종교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교류가 있기는 했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두 새롭고 재미있다.


그녀는 또한 넓고 푸른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처럼 대학교 교수인데 집에 있는 시간에는 정원을 가꾸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정원 구경을 마친 후 우리는 샴페인을 마셨고, 그 후에 그녀는 우리에게 점심 식사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음식으로 너를 놀라게 할 자신은 없었어. 최대한 네가 모를 것 같은 음식으로 준비해 봤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오래전부터 나를 위해 어떤 메뉴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종종 말해왔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데다 다양한 음식을 이미 먹어본 것 같다며 웬만한 요리로는 나를 놀라게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고기소가 옆에 있고 반죽을 미는 걸 보니... 피자인가? 그런데 반죽을 얇게 밀고난 그녀는 갑자기 반죽을 바둑무늬로 잘랐다.


"어? 피자 같은 거 만드는 게 아니었어?" 

필리핀친구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노노, 내가 만드는 시범을 보여줄 테니 잘 보고 따라 해봐." 


그녀는 곧 만두 비슷한 걸 만들기 시작했다. 반죽 위에 소를 얹고 보자기처럼 싸서 틈을 매꾼후에 양쪽 날개를 붙였다. 그녀는 또 찜기를 가져와서 처음 완성된 만두를 올렸는데... 이건 그냥 만두잖아?

그녀는 찜기 위에 면포를 올리는 대신 기름을 발랐는데 완성된 후 들러붙지 않고 잘 떨어졌다. 

"이 찜기도 카자흐스탄 거야. 우리 형부가 독일 사는 카자흐스탄 지인에게 우연히 내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지인이 카자흐사탄 갔을 때 이 찜기를 사 와서 프랑스로 부쳐준 거야. 심지어 손편지까지 써서 보냈더라. 진짜 너무 감동적이었어."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사실 찜기는 한국 거랑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근데 이거 우리나라 만두랑 너무 똑같다. 만두는 속에 돼지고기랑 야채를 넣고 만들어." 

"만두? 와, 이름도 비슷하네? 이건 이름이 만띠(Manty)거든. 돼지고기대신에 소고기를 넣었고 버터넛이랑 양파기 들어가. 만두도 쪄서 먹는 거야?"

내가 만든 만두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녀는 말띠랑 어쩜 이렇게 똑같냐며 나만큼 신기해했다. 

"만두 사진 좀 나한테 보내줄래? 카자흐스탄에 식구들한테도 보여줘야겠어. 정말 신기해!" 

다 쪄진 말띠의 모습은 더더욱 만두와 비슷했다. 대신 소스는 간장이 아니라 토마토+칠리를 섞은 빨간색 소스였다.


맛도 만두와 거의 흡사했고 정말 맛있었다. 한 번씩 못생긴 말띠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필리핀친구가 만든 거라며 깔깔 웃었다. 


"널 음식으로는 놀라게 할 자신이 없었는데 역시나 이것도 네가 이미 알고 있는 요리랑 비슷한 거였네." 

"카자흐스탄에 우리나라 만두랑 이렇게까지 비슷한 요리가 있다니 오히려 더 놀랬어. 대신 소스는 달라. 덕분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 고마워!" 


배가 이미 너무나 불렀지만, 그녀가 가져온 디저트는 마다할 수가 없는 비주얼이었다.

홈메이드 바나나 케이크인데 크레이프케이크처럼 층층이 바나나 향이 가득한 크림을 깔아서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이제 진짜 배불러... 더는 절대 못 먹어... 

"소화를 위한 음료를 좀 갖다 줄까?" 

필리핀 친구가 적극적으로 끄덕이길래 낫또 소화제를 갖다 준다는 줄 알았는데 A는 집에 있는 독한 술을 죄다 꺼내왔다.

음 소화가 되긴 되겠네... 


점심식사에 초대를 받은 것이었는데 결국 우리는 밤 9시가 넘어서 집을 나왔다.


"오늘 음식 너무 맛있었지! 후식까지 너무 완벽했어!" 

오늘 하루도 완벽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에는 모로코 친구가 만들어준 원조 쿠스쿠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