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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4. 2023

계속 되는 프랑스 파업. 하지만 시민들은 친절했다.

"우리랑 같이 걸어가요."

2023년 3월 28일 화요일.


파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다행히 오늘 버스가 정상 운행을 한다기에 안심하고 등교를 했는데, 오후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가 시내를 통과하지 못하고 갑자기 이상한 길로 들어섰다. 시내에서 또 시위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결국 낯선 곳에서 내린 후, 집으로 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탈 수 있는 근처 승강장을 찾아갔다. 부슬비까지 맞으면서! 
 

승강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앉았다. 전광판에는 곧 도착이라고 여전히 나오는데... 
그때 옆에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중년 부인께서 "마담! 마담!" 하고 외치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았다. 
 
"지금 시위 때문에 버스는 오지 않을 거예요. 아마 저쪽 외곽 쪽으로 가면 버스가 있을 거예요."
 
궂은 날씨에 하염없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가 딱해 보이셨나 보다. 집까지 또 걸어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승강장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가세요?" 
 
내가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었더니 한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아마 저쪽으로 몇 정거장 걸어가면 거기는 버스가 다닐 것 같아요. 우리랑 같이 걸어가요." 
 
아 친절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나는 그분 옆에 딱 붙어서 걸어가면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시위를 하면 대통령이 결심을 바꿀까요...?" 
 
"절대 아니라고 봐요. 결정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결정된 마당에 이런 시위는 그저 무의미하게 시민들한테만 피해를 주는 거죠." 
 
"저는 어제도 한 시간 동안 집까지 걸어가야만 했어요. 심지어 멀리 사는 제 친구들은 철도파업 때문에 2주 가까지 수업에 결석하고 있고요. 외국인학생들은 학비가 비싼데 보상받을 방법은 없겠지요." 
 
"저런, 정말 딱하네요! 프랑스에 오신 걸 환영해요..." 
 
주변 일행들은 어느새 뿔뿔이 흩어졌고 우리 둘은 무려 3 정거장을 함께 걸었다. 그래도 친절한 이분과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상황이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 그냥 계속 걸어갈까 봐요. 집이 가까워졌거든요." 

"오, 저기 버스가 오네요! 저야말로 집에 다 왔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분은 손을 흔들며 떠나셨고, 나는 버스에 오른 후 딱 두 정거장 뒤에 내렸다.      


진짜 피곤하다... 
 
꽃들은 내 속도 모르고 예쁘게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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