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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4. 2023

알고 보니 다들 K팝 전문가들이었다.

"어떻게 한국음악을 모를수가 있지?"

2023년 3월 31일


이번주 수업의 주제는 "예술"이다. 
 
선생님께서는 수업 중 우리에게 각자 좋아하는 예술작품을 아무거나 골라서 소개하는 내용을 써보라고 하셨다. 나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골랐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필리핀 친구는 다름 아닌 한국영화 [기생충]에 대해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나 이거 엄청 재미있게 봤거든. 오스카랑 칸까지 수상했으니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명작인 셈이지. 너는 K팝에 대해서 쓰면 되겠네!" 
 
"나 다른 거 썼는데..."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의외라는 듯 하나둘씩 K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지수 솔로곡 나온 거 봤어? 이렇게 이렇게 추는 건데 정말 이쁘고 목소리도 섹시해!"
 
"나도 봤어! 솔로신곡 오늘 나왔잖아! 너무 좋더라!"

 
그녀들은 지수 춤이라며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손바닥을 꽃처럼 쫙 폈다. 음? 저게 뭐지... K팝인데 왜 나만 몰라...
 
"K팝은 브라질에서도 엄청 인기야. 나는 BTS밖에 모르지만."
 
"BTS는 군대 가느라 활동 중단했잖아."
 
"맞아 맞아."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남학생들의 대화였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때 정국이 혼자 나온 거지?" 
 
"오, 그때 엄청났지!" 
 
"BTS도 군대에 가야 한다니! 이란은 돈 많이 주면 안 가도 되는데..."  
 
수업분위기가 점점 어수선해지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K팝이 요즘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지요. 혹시 K팝처럼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자국의 문화나 예술을 소개해 줄 사람 있을까요?" 
 
"K팝처럼요? 요즘 K팝보다 유명한 게 또 있을까요?
 
그 말에 여러 명의 친구들이 맞다며 웃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하지만 세네갈 친구가 불쑥 내뱉은 질문 하나로 강의실은 갑분싸가 되었다.   
 
"K팝이 뭐야?"  
 
하지만 유일한 한국인인 나는 정작 그 질문에 직접 대답해 줄 필요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그 친구를 향해 어떻게 한국 음악을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냐는 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K팝 전문가들이었던 것이다. 



 


세네갈친구는 잠시 후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에 대해서 발표를 했는데 그것을 제작한 사람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덧붙였다. 모두가 또다시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음... 들어본 적은 없지만 일단 뿌듯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 보니...
 
"... 북한이 만들었다는데?"
 
또다시 갑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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