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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4. 2023

정말 즐거웠던 다국적 홈파티

국적과 연령을 초월한 정말 즐거운 파티였다.

생일을 맞은 우리 반 홍콩친구를 위해 우리 반 친구들은 다 함께 홈파티를 열었다. 


각자 먹거리를 하나씩 장만하기로 했는데, 나는 이번에도 호불호가 없고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참치김밥을 준비했다. 필리핀 친구 커플의 차를 타고 홈파티가 열리는 콜롬비아 친구네 집으로 함께 갔다. 음료를 가져오겠다던 필리핀친구 커플은 아예 냉장고를 통째 가져온 듯 엄청난 양의 술을 챙겨 왔다. 스파클링와인 2병, 로제와인 1병, 주스 그리고 맥주는 서로 다른 종류로 3X6병 등등...  


우리 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데려온 각자의 친구들까지 인원수가 꽤 많았다. 


특히 집을 제공해 준 콜롬비아 소년의 룸메이트가 나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미국인 여학생이었는데 자기 룸메이트의 단체 손님들이 거실을 꽉 채우고 온 집안을 어지르고 있는 중인데, 싫은 내색 없이 접시도 챙겨주고, 심지어 슈퍼에 가서 심부름도 해 오는 등 밝은 표정으로 함께 어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생일을 맞은 소녀는 우리를 위해 소고기 타코를 준비했는데 어떻게 먹는지 먼저 시범을 보였다. 특이하게 fromage blanc(사워크림)을 두껍게 먼저 깔고 나서 그 위에다 각종 재료를 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라따뚜이와 과카몰리를 가져온 친구가 있어서 타고에 골고루 맛있게 얹어먹었다.   


내 김밥도 반응이 좋았다. 먼저 맛본 친구들이 맛있다고 하자 다들 놓칠세라 급한 마음에 손으로 하나씩 집어갔다. 혹시라도 남으면 내가 다 먹으려고 했는데 정작 나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뒤늦게 베네수엘라친구가 케이크를 가지고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케이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거라고 한다!


이 친구는 동성연인을 데려왔는데 글쎄 알고 보니 나와 첫 학기 때 한 반에서 공부한 친구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라 어찌나 반갑던지. 세상은 이렇게나 좁고 서프라이즈로 가득하구나!  


우리는 다 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프랑스어로) 합창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났을 때 누군가가 한국어로 생일축하노래를 어떻게 부르냐고 묻길래 나는 대뜸 "생일 축하 합니다!" 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일본인 친구와 홍콩 친구가 한국어로 따라 불러서 좀 놀랐다.) 한국어로 노래가 끝났을 때는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로 노래가 이어졌고(사실 두 국적을 모두 가진 친구가 혼자서 두 곡을 연달아서 부른 것이다), 그다음에는 포르투칼어와 따갈로그송까지 이어졌다. 생축송 메들리가 이제야 끝났나 싶었을 때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일본어도 들려줘야지!" 


수줍은 일본인 친구는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투유... 일본은 영어로 불러... 진짜야... 해피버스데이 투유..."라고 소심하지만 귀엽게 노래를 끝까지 불러서 다들 웃었다.  (일본에서는 영어로 생축송을 부른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홍콩에서는 생일자가 혼자 케이크를 모두 자르면 결혼을 못한다는 설이 있어. 그러니까 나는 칼만 델 거야."


길고 긴 생축송 메들리 끝에 행복한 표정으로 소원까지 빌고 초를 끈 소녀는 케이크를 자르다 말고 칼을 베네수엘라 친구에게 넘겼다.  

 이 케이크를 직접 구워온 장본인인 베네수엘라 친구는 칼을 희한하게도 중앙에다 직각으로 찔러 넣었다.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본인이 열심히 만들어온 케이크의 중앙에다 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친구. 


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내 뒤에 서있던 브라질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사실 브라질에서도 케이크 저렇게 잘라." 


오잉? 대체 왜? 


"가운데 부분이 가장 맛있어서 그 부분은 생일자가 먹는 거야." 


피나콜라다를 좋아하는 홍콩친구를 위해 베네수엘라 친구는 피나콜라다도 한병 직접 만들어 왔고 심지어 케이크도 피나콜라다 맛으로 만들어 왔다고 한다.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기분 좋은 맛이었다. 



우리는 모두 배부르게 먹고 마신 후에 게임도 했다. 베네수엘라 친구가 제안을 한 게임인데 알고 보니 우리가 수업 중에 했던 프랑스어 스피드게임이었다. 우리 참 건전하구나! 

막상 해보니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느라 먹은 칼로리를 다 태운 것 같다. 


국적과 연령을 초월한 정말 즐거운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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