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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5. 2023

프랑스 노숙자, 동전받자마자 달려간 곳

"어이구... 엄청 급했는데 그 돈 받아 가느라 참고 있었구먼."

2020년 10월 4일. 


시어머니께서 베트남 식료품점에 가신다길래 쌀을 사기 위해 나도 따라나섰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를 태운 차를 출발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사이공 갔다가 혹시 또 다른 데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거라."

"음... 해변이요....?"

"하하 그래 나도 가고 싶다 해변. 근데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 안돼."


물론 날씨 때문에 못 가는 건 아니다. 


사이공에서 쌀을 산 후 우리는 모노프리라는 마트에 들렀다. 모노프리 앞에는 항상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볼일을 마치고 나올 때 양쪽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다가왔다. 

"마담, 먹을 것 좀 사게 돈 좀 주세요." 

평소처럼 무시하고 지나시던 시어머니께서 유독 한 남자에게만 1유로짜리 동전을 건네셨다. 그 남자는 내가 봐도 표정이 너무 간절해 보였다. 비도 오는 데다 날도 갑자기 추워져서 정말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남자, 동전을 받자마자 홱 돌아서서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갔다. 배가 엄청 고팠나 보다 싶었다. 



우리는 차를 출발해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그 남자를 다시 발견할 수가 있었다. 마트 벽에 바짝 붙어서 있길래 뭔가 했더니 소변을 보고 있네? 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내가 경악을 하며 시어머니께 저기 좀 보시라고 했더니 우리 시어머니께서 바로 "빵" 하고 경적을 울리셨다. 깜짝 놀란 그 남자는 깜짝 놀라서 실제로 몸을 깡충 뛰었다. 그리고는 경찰인 줄 알았던지 놀라운 속도로 바지를 추스르며 돌아보는 남자. 뒤늦게서야 경찰이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을 발견한 그 남자는 밝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저 남자 아무래도 어머님 때문에 놀래서 바지 적신 거 같아요. 날도 추운데."

"어이구... 엄청 급했는데 그 돈 받아 가느라 참고 있었구먼." 

표정이 간절해 보였던 이유는 따로 있었나 보다. 


"저런 사람은 불법체류자일까요?" 

"아마도. 동유럽에서 많이들 넘어오거든."

"리들 앞에 구걸하는 사람들은 다들 아랍계였는데 아마 마트마다 저 사람들끼리 구역을 정해놨나 봐요."

"일단 불법으로라도 넘어오면 나라에서 재워주기는 하니까 자꾸 오는 거지."

"프랑스어 선생님도 그랬어요. 노숙자들이 낮에는 추우니까 트램 타고 온종일 시간 보내는데 그 안에서 담배도 피우고 노상방뇨까지도 한대요!" 

"프랑스인중에도 그런 사람들 있을 거야. 일 안 해도 나라에서 돈을 주니까 놀면서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부류들이 있어. 내 세금이 그런데 쓰이는 건 정말이지 즐겁지가 않아." 


문득 필리핀에서 거짓말을 일삼으며 구걸하러 다니는 유명한 한국인이 떠오르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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