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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5. 2023

시어머니와 무화과를 수확했다.

수확한 무화과로 클라푸티를 만들었다. 

2020년 10월 16일


시어머니와 함께 오전에 베트남 식료품점에 다녀왔다가 시댁 대문 앞에 있는 무화과나무에 잘 익은 무화과들이 주렁 줄렁 열려있는 게 보였다. 

"무화과 왜 안 따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오, 그래주면 나는 고맙지. 안 그래도 오늘은 따려고 했단다!" 

시어머니께서는 장 봐온 물건들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셨는데 나는 가방을 계단 위에 내려놓은 후 무화과 수확에 즉시 돌입했다. 



나는 시골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나무에도 자주 올라가 봤고 과일을 따본 경험도 많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수확의 즐거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작은 나무 한그루에 이렇게 많은 무화과가 열리는 것도 참 신기하다. 온 가족이 먹고도 남을 만큼 자꾸자꾸 익어간다. 이웃에도 나눠주고 클라푸티도 만들고 잼도 만들고...



잠시 후 시어머니께서 장대를 가져오셨다. 조용히 높은 곳에 열린 열매를 향해 장대를 뻗으셨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셨던지 갑자기 장대로 나무줄기를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하셨다. 바로 밑에 있던 나는 갑자기 날벼락이라도 맞을까 봐 "저 여기 있어요! 저 여기 있다고요!" 하고 비명을 질러대다가 둘이서 엄청 웃었다. 


내가 나무로 올라가겠다고 했지만 시어머니께서는 굳이 본인께서 올라가셨다. 불안하긴 했지만 여러 번 해 보셨던지 꽤 능숙하게 나무를 타셨다. 이따금씩 아래쪽으로 가지를 밀어주실 때면 나는 큰 키를 이용해서 가지에 매달린 채로 열매를 땄다. 별것도 아닌데도 내가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딸 때마다 시어머니께서는 "오! 역시 내 며느리!" 하며 칭찬하셨다. 



열매를 따면서도 꽤 집어먹었는데 금세 한 바구니가 채워졌다.


"너 바쁜 일 없으면 이걸로 같이 클라푸티를 만들어보지 않겠니?" 

"네, 좋지요!" 

"그럼 우선 점심식사를 먼저 해야겠구나!"      


시아버지께서는 볼일 때문에 외출을 하셨고 시어머니께서는 훈제연어를 먹자고 하시며 함께 곁들일 대파 그라탱을 만들어 주셨다. 



대파와 크림소스 그리고 치즈가 들어간 요리인데 치즈의 짭짤한 맛이 대파와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맨 위에 적당히 탄 부분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했다. 



맛있게 식사를 하다가 식탁보에 그려진 케이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식탁보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거 아닌가요?"

"호호, 눈으로 먹는 디저트지! 그러니까 오늘 디저트는 따로 주지 않을 거야."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우리는 식사 후에 디저트로 요구르트를 하나씩 먹었고 곧 무화과 클리푸티 만들기를 시작했다. 

"일단 용기를 정하자. 각자 하나씩 먹는 작은 용기가 좋니 아니면 크게 만들어서 잘라먹는 게 좋으니?" 


"저는 작은 걸로 각자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나는 크게 하나를 만들어야겠다." 



나는 작은 그릇 6개에 녹인 버터와 밀가루를 입혔고 시어머니께서는 커다란 오븐용 유리용기에 똑같은 작업을 하셨다. 그리고 무과화를 반으로 잘라서 그릇에 수북하게 담았다. 



그 위에는 반죽물을 붓고 맨 위에는 아몬드 조각을 올렸다. 



"베이킹파우더는 넣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부푸는 거죠??"

"내 예쁜 손이 만든 마법이지!"



나는 클라푸티와 함께 어머님께서 싸주시는 선물들을 한 아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낌없이 주는 무화과나무와 우리 시어머니! Merci beauc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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