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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l 30. 2020

프랑스인들은 정말 거만한가? (feat. 와인 부심)

거만하진 않지만 겸손하지도 않다. 

2019년 8월 3일

우연히 인터넷에서 프랑스인들이 거만하다는 코멘트들을 발견하고는 자서방에게 의견을 물었다. 


"남편, 프랑스인들이 거만하다고 생각해?"

자서방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개를 흔들더니 나에게 되물었다. 


"아니. 너도 봐서 알잖아. 내 친구들이나 친척들 중에 거만한 사람이 있었어?"


"음, 없었지. 근데 한국에선 이러더라. 프랑스인들이 콧대가 높아서 프랑스 여행 중에 영어로 뭔가를 물어봐도 프랑스인들은 상대가 알아듣던 말던 프랑스어로 대답한대. 사실 나 이거 몇 번 들어봤어. 오래전에 내 친구가 난생처음 유럽여행 다녀왔을 때도 이 말을 했거든. 그리고 방금 인터넷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읽었어."


"그게 거만해서 그런 거라고?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영어를 몰라서 그랬겠지..."


사실이다. 자서방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처음에 영어로 몇 마디 하다가 막히면 그냥 프랑스어로 나한테 얘기하곤 한다. 일부러 프랑스어를 강요하려고 그런 거는 절대 아니다. (가끔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프랑스어를 연습시키려고 그러신다.) 


"그렇지. 의외로 영어 잘하는 프랑스인들이 많지 않다는 거 너도 알지? 그리고 여행이라면 대부분 파리로 갈 텐데, 솔직히 나도 파리에서는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긴 해. 근데 프랑스인들이 전반적으로 거만하다는 말은 전혀 인정할 수가 없다."


"내가 같이 일했던 프랑스인 동료들 세명이 모두 파리 출신이었는데 거만하지는 않았어. 말이 좀 많았을 뿐. 근데 사실 와인 얘기만 나오면 거만해지는 건 인정하지?"

"그건 거만한 게 아니라 자부심이지.
 내가 항상 말하잖아. 모든 프랑스 와인이 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프랑스에 훌륭한 와인이 많은 거라고. 다른 나라에도 좋은 와인이 있다는 것도 나는 인정해. 요즘 캘리포니아 와인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프랑스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새 대화의 주제가 와인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럼 만약 이곳에 세계 최상의 와인 100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중에 프랑스 와인은 100병 중에 몇 병이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서방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최소 60병?"


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군. 역시 이 사람들은 와인에 대해서 만큼은 겸손하지가 않다. 그렇지만 자서방은 매우 겸손한 대답이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시부모님께서 오셨고 자서방은 똑같은 질문을 시부모님께 드렸다. 그렇게 세 프랑스인들의 와인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시부모님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다른 나라의 와인은 별로 드셔 보지 않으신 것 같았다. 100병 중 대부분은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 아니겠어? 하는 듯한 표정이셨다.   


대충 내가 기억하는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와인이 맛있으려면 포도나무가 충분히 성숙해야 한다. 프랑스는 기후가 포도재배에 적합한 데다 포도재배나 와인 제조에 대한 오랜 역사가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발전했기 때문에 곁들이는 음식들도 따라서 발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거만하지 않지만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도 별로다... 


내가 내린 결론은,


 프랑스인들은 거만하지 않다. 하지만 와인과 음식문화에 대해서는 절대 겸손하지 않다. 


**덧붙임


자서방이 나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 프랑스 있는 동안 맛있는 와인만 많이 마셔서 나중에는 맛없는 거 먹으면 바로 느낄 거다. "


근데 다음날 시동생이 사놓은 와인을 따서 내가 맨 먼저 맛을 보고는 괜찮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살짝 상한 상태였다. 자서방은 나에게 그동안 돈만 버렸다며 불평을 했다. 상한 것도 저렇게 잘 마시는데 쓸데없이 좋은 와인만 사줬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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