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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Aug 03. 2020

한국에서 가져온 수제 마스크에 대한 엇갈린 반응

쎗뚜쎗뚜...

2020년 4월 21일


한국에서 프랑스로 출국을 앞두고 우리 식구들은 마스크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해외 반출 수량이 제한이 돼 있기 때문이다.


언니는 다행히 면 마스크에 대한 제한은 없으니 그거라도 많이 가져가라며 친구가 직접 만들 주었다는 수제 마스크를 주었다. 나는 해외 반출 수량만큼 일회용 마스크를 싸고, 수제 면 마스크와 종이 필터 몇 개를 함께 챙겨서 프랑스로 들어왔다.


이 마스크들은 정말 엄청 꼼꼼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코부분에 와이어도 삽입돼 있고 가운데에 종이 필터를 끼울 수 있게 두 겹으로 돼 있는 데다가 모양도 너무 반듯하다. 


프랑스에 도착해서 짐가방을 풀다가 이 마스크를 자서방에게 먼저 보여주었다. 우리 언니 친구가 만든 수제 마스크인데 너무 꼼꼼하게 잘 만들지 않았냐고 꼼꼼히 보여주며 자랑을 했더니 자서방은 배은망덕하게도 깔깔 웃는 것이었다.


내가 뱀눈을 뜨고 노려보았더니 자서방이 여전히 쪼개며 자기 옷장으로 가더니 뭔가를 가져왔다. 줄무늬 마스크와 똑같은 무늬의 자신의 팬티였는데 슬쩍 자기 입에 갖다 대면서 말했다. 


"이거 봐! 똑같잖아!"


뱀눈 뜨고 있다가 나도 덩달아서 깔깔 웃었다. 어쩜 무늬가 저렇게 똑같지...


다음날 울 언니한테 메시지로 그 말을 해주었더니 울 언니는 자서방더러 그 팬티 입는 날은 쎗뚜쎗뚜로 저 마스크를 함께 착용하게 하라고 조언을 주었다. 물론 자서방에게도 그렇게 전했다.

 

나중에 시어머니께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KF94 마스크와 함께 이 수제 마스크들을 전해 드렸더니 고맙다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수제 마스크를 직접 착용해 보시고는 베트남에서 사 오셨던 꽃무늬 면 마스크보다 훨씬 좋다며 언니에게 꼭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다. 


시어머니의 베트남 면 마스크는 일단 너무 두껍고 코에 와이어도 없어서 밀착이 안된다. 그런데 이곳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런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시어머니는 연신 너무나 마음에 든다며 만들어진 모양도 꼼꼼히 살펴보시며 감탄을 하셨는데 그 옆에 있던 자서방이 눈치 없이 큰소리로 웃으면서 자기 팬티 얘기를 또 했다가 시어머니한테 혼이 났다. 


사이다입니다요!!


이틀 후 시어머니께서 마트에 가실 때 이 수제 마스크를 사용하셨다. 

자서방이 ffp2나 kf94 마스크를 사용하시라고 해도 시어머니는 한사코 괜찮다고 하셨다. 그러다 그 문제의 줄무늬 마스크를 사용하시려고 하자 자서방이 말했다.


"안돼. 그건 내 거야. 내가 이거랑 똑같은 팬티 입을 때 세트로 같이 쓸 거야."


시어머니는 쿨하게 "그래 그래라." 하시며 검은 마스크로 바꾸어서 착용하셨다. 


내가 종이 필터도 사용법을 알려드리며 마스크에 직접 붙여 드렸고, 또 내가 가져온 귀 통증 방지용 마스크 고리도 함께 걸어드리니 시어머니의 얼굴에 마스크가 완벽하게 밀착이 되었다.


자서방은 우리 엄마 닌자 같다고 손뼉을 쳤고 시어머니는 거울을 보시더니 너무 편하고 잘 맞는다며 모양을 흉내 내서 수제 마스크 만들기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에 내가 필요 없을 거라고 말했을 때도 억지로 가져가 보라며 챙겨준 우리 언니에게 고맙고 또 이렇게 훌륭한 마스크를 만들어준 우리 언니 친구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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