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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9. 2023

이유 있는 자부심, 시어머니표 감자 갈레트

2021년 2월 12일


저녁에는 무얼 먹을까... 

리들에서 세일하길래 사다 놓은 소고기가 이틀째 수비드 머신에서 53도로 한창 요리되고 있었다. 그럼 오늘 저녁에는 소고기랑 샐러드를 먹으면 되겠군. 머릿속으로 이런 결심을 하고 있을 때 자서방이 말했다. 


"엄마가 감자 갈레트 만드셨다고 가지러 오라고 하시는데 와이프가 다녀와 줄 수 있어?" 

"당신더러 오라고 하신 건데 왜 나더러 가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이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자서방은 쪼르르 나와서 나를 배웅해 주며 사탕발린 입으로 말했다. 

"당신은 내 인생의 여자야. 어제보다 더 사랑해. 매일매일 점점 더 많이 많이 사랑해." 

나는 피식 웃고는 시댁으로 갔다. 어차피 나도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자서방은 병가로 집에서 쉬고 있으니 확실하게 쉬게 해 주고 싶기도 했고...



시댁 현관문을 열어주신 시어머니께서는 나더러 혼자 왔냐고 물으셨다. 

"이참에 마스크 끼고 나와서 엉덩이 좀 움직이라고 했더니 너를 보냈구나! 좀 움직여야 되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예쁘게 만들어진 감자갈레트. 만들 때 온도를 유지하는 게 꽤 까다롭다고 하셔서 나는 아직 배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자서방이 엄청 좋아해서 언젠가는 배우긴 배워야 할 레시피 중 한 가지이다. 

"이건 우리 집안 레시피란다. 내 고향 부르주에서 유명한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옛날식으로 맛있게 하는 가게가 부르주에서도 다 사라졌어. 이제 세상에 남은 가장 맛있는 감자 갈레트는 바로 이 집, 마리엘의 집뿐이란다." 

"저희가 정말 행운이네요!"


갈레트 반죽의 반을 딱 잘라서 우리를 위해 싸주셨고 나머지 반은 바로 오븐으로 넣으시면서 시어머니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거라 아직 차갑단다. 집에 가자마자 바로 오븐에 넣으렴. 200도로 예열되면 갈레트를 넣고 185도로 낮춰. 35분 정도 익히면 돼."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물으시던 시어머니께서는 냉장고에서 손질해서 굴소스에 살짝 볶아둔 야채를 한통 담아주셨다. 면을 삶아서 볶음면을 하거나 덮밥종류를 요리할 때 간편하게 사용하도록 이렇게 잔뜩 볶아 두곤 하신다.



"집에 가서 네 남편에게 말하렴. 엉덩이 좀 들고 움직이라고!" 

"저더러 다녀와 달라고 하면서 그러더라고요. 제가 인생의 여자라고요."

"아이고 그거 참 퍽이나 부럽구나!" 

대문까지 배웅해 주시는 시어머니와 나는 자서방의 험담을 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집에 왔을 때 자서방은 감자 갈레트 때문에 신이 나서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었다. 

"안 그래도 어머니께서 당신은 엉덩이를 좀 움직여야 된다고 하셨어. 그러니까 거기 서서 계속 흔들고 있어. 더... 더... 더...!"

프랑스어로 "" 혹은 ""는 encore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앙코르. 나는 자서방의 엉덩이에 대고 앙코르를 계속 주문한 것이다. 앙코르! 앙코르! 자서방은 감자갈레트를 위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듯이 최선을 다해서 흔들고 또 흔들었다. 


시어머니께서 시키신 대로 잘 구워진 감자갈레트. 

으흠... 냄새가 진짜 끝내준다.  

예전에는 이런 버터향 가득한 음식들이 그렇게나 느끼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이런 귀한 음식들에 감사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틀간 수비드로 익힌 부드러운 소고기 스테이크와 와인과 함께 정말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 자서방은 내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디 우리 남편, 엉덩이 춤이랑 시어머니표 감자갈레트로 충분히 충전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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