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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9. 2023

일요시장에서 만난 친절한 프랑스인들

2021년 6월 27일 


우리 동네 근처에 일요일마다 열리는 아프리칸 시장이 있는데 시어머니를 따라서 드디어 구경을 가게 되었다. 오전에만 열리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 9시 반에 만나서 산책 삼아 그곳까지 걸어갔다. 새벽부터 오던 비가 그치고 아침공기가 맑았다.

시장 입구에 다 왔을 때 때마침 시장에서 나오고 계시던 시어머니의 친구 앙투아네트 여사님 커플을 만났다.

서로 반가워서 큰소리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두 분께서는 우리가 사이좋게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하셨다.

"아참, 시장 안에서는 야외라도 마스크 꼭 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마스크 잘 챙겨 왔겠지?"

그 말씀에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아차 하시며 마스크를 깜빡했다고 하셨고 두 분은 혹시 여분의 마스크가 있는지 가방을 한참 뒤적이셨지만 마스크는 찾지 못하셨다. 아저씨께서는 농담으로 쓰고 계시던 마스크를 벗어주는 시늉까지 하셨다. 

유쾌한 두 분과 헤어진 후 시어머니께서는 나더러 걱정 말라고 하시더니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꺼내서 입에 두르셨다.

"그럼 제가 제대로 묶어드릴게요!"

이미 앞서 걷고 계시던 시어머니께서는 큰소리로 대답하셨다. 

"아니야. 혹시 여기 마스크 파는 데가 없는지 좀 찾아봐야겠다! 아이고 어쩌나..."

바로 그때, 옆에 통닭 트럭 앞에 아들과 함께 줄을 서계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시어머니의 말씀을 들으시고는 마스크를 주시겠다며 우리를 부르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시어머니께서는 마스크값을 드리겠다고 지갑을 꺼내셨지만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께서는 끝까지 사양하셨다. 결국 공짜로 귀한 마스크를 얻은 우리는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그러게. 저분을 만나서 행운이구나."      


원래는 이곳은 아프리카인들이 주로 시장을 열었던 곳이라서 지금까지도 아프리카 시장으로 불리고 있다고 하셨다. 코로나 때문인지 몰라도 예전에 비해 시장 규모가 많이 줄었다며 시어머니께서 아쉬워하셨다. 그래도 내 눈에는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었다.



이날 우리가 만난 친절한 이웃이 또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토마토를 고르고 계실 때, 옆에 계시던 예쁜 여자분이 시어머니께 나직하게 귀띔을 하셨다. 

"저쪽으로 가보면 토마토가 1킬로에 1유로예요. 더 싸고 알도 더 커요. 저도 토마토는 거기서 샀어요." 

아 진짜 친절하시다! 

그분이 말씀하신 곳에 가 보니 과연 더 크고 저렴한 토마토가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토마토를 고르시는 동안 나는 근처에서 복숭아를 골랐다. 복숭아를 딱 4개만 샀는데 아저씨께서 1유로라고 하시더니 하나를 덤으로 주셨다. 


통닭트럭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나도 그냥 냄새 때문에 홀린 듯이 가서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닭을 고르고 닭값으로 10유로짜리 지폐를 냈는데, 시어머니께서 굳이 그 돈을 받아서 나에게 돌려주신 후 본인의 잔돈으로 계산을 해 주셨다. 




그리고 이건 염소치즈인데 주인이 직접 염소들을 기르면서 만든 수제 치즈라고 한다. 시어머니께서 4개짜리 크림치즈를 구입하신 후 맛보라며 하나를 나에게 주셨다.


오늘도 내 지갑은 무용지물이었다. 모두 시어머니께서 사 주셨으니까... 

저녁에 시장표 닭구이와 토마토 샐러드를 (데쳐서 껍질을 벗긴 후 올리브오일+소금 뿌려서) 맛있게 먹으며 자서방에게 시장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낭시는 참 좋은 동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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