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Jun 21. 2023

빌려달라고 했더니 새 걸로 사주셨다.

2021년 9월 21일


며칠 전 낭시에서 알게 된 한국인 지인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초대를 받게 되었다. 추석을 맞아 한국인들 가족끼리 모여서 전도 부치고 만두도 만들어먹자는 제안이었다. 얼마 후 우리는 각자 준비해 올 음식들과 당일날 모여서 만들 메뉴를 정했는데 나는 디저트를 준비해 가기로 했다. 

나는 디저트로 무얼 만들면 좋을까 고민을 했는데 남편은 요즘 심하게 꽂혀있는 스몰오레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바닥에 빌베리나 블랙커런트 잼을 깔면 최강의 디저트란다. 반면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잘 만드는 퐁당 쇼콜라케이크와 크렘앙글레즈를 추천하셨다.

[저두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모이는 인원이 스므명이 넘을 것 같아서 크게 두 개쯤 구워야 할 것 같은데 혹시 26cm짜리 동그란 케이틀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래라. 지금 가지러 올래?]

시어머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나는 케이크틀을 빌리러 바로 시댁으로 달려갔다. 틀만 받아서 얼른 와야지 하는 마음에 마스크도 없이 그대로 갔다. 그런데 시댁 대문 앞에서 차키를 챙겨 나오시는 시어머니와 마주쳤다.


"가자."


"어디루요?"

"케이크틀 사러 가야지."

"그럼, 저 마스크도 지갑도 안 가져왔는데 집에 잠깐 갔다 오면 안 될까요?"

"응, 마스크는 서랍에 있고, 돈은 없어도 돼. 내가 사줄 거니까."

내가 뭐라고 반박할 여유도 안 주신 채 어머님은 벌써 차 시동을 걸고 계셨다.

"어차피 자주 사용하는 거라서 하나 장만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거야."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마트에 따라가서 케이크틀을 두 개나 얻었다.

하나면 된다고 했는데 두 개나 사주셨다.


그날 저녁 나는 새 케이크틀로 연습 삼아 초콜릿 케이크를 굽고 크렘앙글레즈까지 얹어서 자서방과 나눠먹었다. 
이거면 됐다!

올해 추석은 초콜릿케이크를 굽는 추석이네

작가의 이전글 슈퍼맨처럼 달려오시는 시아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