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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3. 2023

시어머니와 장 볼 때 내가 눈치 보는 순간이 있다.

2021년 12월 29일


집에서 손만두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느라 시어머니를 따라서 그헝프레에 갔다. 

오늘도 우리는 입구에 있는 베이커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제 구운 빵 매대를 살피고 있었다.

“빵오쇼콜라가 한 봉지 있구나!”

“그런데 10개나 들었어요. 우리 한 봉 지사서 나눠먹을까요?”

시어머니께서는 내 질문에는 대답을 안 하시고 그저 나더러 카트를 잘 지키고 있으라고 시키셨다. 그리고는 금방 혼자 가셔서 빵오쇼콜라 10개를 사 오셨다.

"너희 둘 다 이거 좋아하잖니.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거라, 한 번에 또 다 먹지 말고..."

음... 그게요... 잘 안 돼요...

이틀이면 나랑 자서방이랑 10개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냥 끄덕끄덕하며 감사히 빵 봉지를 안아 들었다.


그헝프레는 야채와 과일의 신선함이 느껴져서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오잉, 클레망틴 세일하네?! 1킬로에 1.20유로, 싸다!

시어머니께서 생선을 보고 계시는 동안 나는 비닐에 클레멍틴을 담았다. 그런데 잠시 후 다가오신 시어머님께서 원산지를 보고 사야 한 다시며 더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이게 훨씬 싼데요? 저 그냥 이거 5개만 살게요. 별로 생각은 없었는데 싸니까 사는 거예요."

"아니야, 내가 이걸로 사줄 거야. 이거 먹으면 생각이 바뀔 거다."

"그럼 그거 이리 주세요. 제가 계산할게요. 대신 반반씩 나눠먹기로 해요."

흠... 아무리 말씀드려도 뜻을 안 굽히시니 그냥 감사히 먹기로 했다.


사과가 킬로당 1.29유로...?


나는 비닐에 사과 5알을 주섬주섬 담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쪽에서 비싼 사과를 담고 계신 시어머니를 살피고 있었다.

오시기 전에 빨리 담아야지.

하지만 이내...

"내가 여기 맛있는 사과, 미셸이랑 너 먹을 거까지 많이 샀단다. 그거 내려놓으렴. 그거보다 이게 훨씬 맛있어."

"저 어차피 스무디로 갈아먹는 거라 비싼 사과 살 필요 없어요, 이거면 충분해요."

그래도 굳이 훨씬 더 맛있는 사과라고 하셔서 "그럼 맛보게 딱 하나만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것으로 조율했다.


만두에 넣을 숙주도 샀다. 

오랜만이구나 숙주야. 네 친구 콩나물에게 내가 많이 그리워한다고 전해다오...


오늘도 내가 산 것보다 시어머니께서 사주신 게 더 많다.


저녁에 자서방은 빵오쇼콜라를 보자마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접시에 3개나 담았다. 그리고 나머지 7개가 든 봉지를 꽁꽁 동여 묶길래 내가 말했다.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으라고 하시던데?"

우리 남편 피식 웃더니 빵 봉지를 이렇게나 참신하게 걸어놓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그 웃음의 의미는 당연히 이해했음.

우리 부엌에 빵나무가 생겼다. 이번에는 이틀 만에 사라질 거라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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