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 케이크

by 혜연


2022년 1월 3일


느긋하게 티브이를 보고 있던 자서방이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벌떡 일어나 외투를 급하게 챙겨 입고 있었다. 지금 바로 가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 걸 보자 불안감이 몰려왔다.


"어머님이셔?"

"응. 아빠가 계단에서 넘어지셨대. 지금 머리에 피가 나는데 내가 응급실에 모셔다 드리려고. 많이 다치신 건 아니라고 하시니 걱정 마."

정작 본인 얼굴은 매우 걱정하는 표정이다. 속사포같이 말을 뱉으며 자서방은 달려 나갔다.

시댁에는 시동생도 있었고 또 많이 다치신 건 아니라고 하시지만 시어머니께서는 큰 아들이 더 의지가 되셨던가보다. 겉으론 항상 의연한 척하시지만 어머님도 속으로는 많이 놀래셨을 것이다.

아버님께서 넘어지셔서 응급실을 찾게 되신 것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번에 응급실에서 보았던 아버님의 황망해하시는 표정이 떠올라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걱정되었다. 이번에도 부디 훌훌 털어내셨으면...

자서방은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에 함께 머물지는 못해서 몇 시간 후에 돌아왔고 아버님께서 밤늦게 돌아오실 때에는 시동생이 가서 모셔왔다.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집에 돌아오시자마자 밤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자서방이 걱정할까 봐 전화를 주셨다. 별거 아니라고, 이마에 몇 바늘 꿰맨 게 전부라고 스피커폰으로 웃으며 말씀하시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밝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코끝이 찡했다.






2022년 1월 6일


우리 부부는 시댁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우리 부부가 바늘로 꿰맨 아버님의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버님께서는 민망한 듯 웃으시며 한 손을 휘저으셨다.

"괜찮아 괜찮아."

식사가 모두 끝난 후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을 때, 시아버지께서 봉지에 뭔가를 담아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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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쇼콜라 갸또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거! 남편아 이리 와서 이거 봐! 아버님이 주셨어!

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도 깜빡한 채 자서방이랑 둘이서 좋다고 방방 뛰었다. (시어머니께서 직접 구우신 배 타르트는 방금 전에 거절했으면서 말이다.)

아버님께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부엌을 나가셨고 그 모습을 보시던 어머님께서 한숨처럼 말씀하셨다.

"넘어지고 나서부터는 거의 매일 나가서 갸또를 자꾸 사 오더라고... 자기 위안인가 봐..."

어머님께서는 슬픈 표정으로 말씀하셨는데 쇼콜라 갸또 앞에서 무너진 우리 부부는 아직 함께 진지해질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

"빵집 아줌마 보러 가시는 거라면서요?"

해맑게 내뱉은 내 말에 시어머니께서는 "아참, 그렇지." 하고 웃으셨고 자서방은 아무 말도 귀에 안 들어오는지 또 이렇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나 매일 갸또 먹으러 왔지..."

사실 아버님을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한결같지만 이렇게 별일이 아닌 척 웃고 떠드는 편이 아버님을 위해서도 더 나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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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는 그렇게 애지중지 가꾸시는 집이지만 계단이 너무 많아서 아버님을 위해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나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하지만 두 분 다 정원과 지하실등에 애착이 크셔서 집을 포기하긴 어려우실 것 같다.

또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아버지와 베트남에 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처럼 말씀하시는데 아버님의 건강과 코로나 사이에서 어머님의 애간장만 타는 것 같다.

아... 야속한 세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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