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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3. 2023

아들아, 넌 좋겠다. 예쁜차와 예쁜아내가 있으니...

2022년 5월 3일


프랑스인 친구네 집에서 김밥을 싸기로 해서 단무지를 사기 위해 아시아마트에 가게 되었다. 새 차를 장만한 이후로 부쩍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는 남편이 어머님까지 모시고 함께 따라왔다.

"어머님, 보조석에 앉으세요. 첫 시승이시니까요!"

마지못해 나 때문에 보조석에 앉으신 어머님께 남편은 신기한 걸 보여드리겠다면서 손가락을 허공에 빙빙 돌렸다. 바로 차 안의 음악 볼륨을 높였다가 줄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제일 좋아한다. 혼자서 좋다고 웃고 있는 큰아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어머님께서 결국 피식 웃으셨다. 저렇게나 좋을 일이냐며...


"아들아, 넌 좋겠다. 예쁜 차도 있고 예쁜 아내도 있으니 말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뒷자리에 있던 내가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옳습니다! 예쁜 어머니도 계시지요!"

내 말에 어머님께서는 남편을 바라보며 물으셨다.

"아들아, 그러냐?"

"그럼, 당연하지!"

"호호 거참 안 됐구나. 차는 후딱후딱 바꿀 수 있는데 오래된 엄마는 못 바꾸니 어쩌냐?"

남편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남편, 예쁜 와이프도 오래되면 바꿀 거야?"

우리는 남편 반응을 살피며 농담을 계속 이어갔지만 남편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할 뿐이었다.



벚꽃은 다 진 줄 알았더니 어느새 길가에 분홍벚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곱기도 하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마트에 도착했다. 어머님께서는 만두피를 찾으러 곧장 직진하셨다.


한국식 단무지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일본 단무지를 사다 잘라서 설탕물에 담갔다가 사용하면 맛있다. 사실 나는 대체로 무피클을 담아서 김밥을 싸 먹기는 하지만. 


쇼핑을 마친 후, 어머님께서는 우리 집에 들르셔서 함께 콜라(나는 커피)를 드셨다.

그런데 무식아, 할머니 오셨는데 자세가 그게 뭐니...? (꼬리 같지만 뒷발 한쪽을 올리고 거만하게 앉아있는 중이다.)

너는 참 다양하게 웃음을 주는구나. 예의도 없고...



어머님께서는 날씨도 좋은데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외출을 했더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저도요 저도요!"

나는 어머님 앞에서는 맞장구의 여왕이다. 물론 진심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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