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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3. 2023

반성합니다. 솔직히 귀찮았어요...

2022년 5월 4일


며칠 전, 리들에 갔다가 샐러드가 없어서 못 샀다는 말을 기억하고 계셨던 것일까. 시아버지께서 메시지를 보내셨다.

[아침에 농장에 가서 너희를 위해 싱싱한 샐러드를 사 왔으니 편할 때 가지러 오렴.]

참으로 자상하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코앞에 있는 시댁에 가는 게 왜 그리도 귀찮던지... 우리 때문에 일부러 사 오셨다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소파에 뒹굴고 있던 남편에게 대신 좀 다녀오라고 했더니, 남편은 허공에다 눈을 굴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음... 아빠가 와이프한테 오라고 하신 거잖아... 내가 아니고..."


하아...


"그냥 우리도 샐러드 샀으니 필요 없다고 답장드리든가..."

내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아는 남편의 의기양양한 대답이었다.

내가 다녀오고 말지...

시댁에 갔더니 이스탄불은 소파에서 사람처럼 퍼져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내 기분이 딱 저랬는데... 부럽다. 
등치가 커서 저러고 있으니 곰인지 고양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 야! 형수 왔다고!      


시부모님께서는 각자 바빠 보이셨고 결국 나는 아버님께 "저 샐러드 가지러 왔는데요?" 하고 말씀드렸다. 아버님께서는 웃으시며 어머님께서 주실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거실에서 굉장히 몰두하신 표정으로 뭔가를 열심히 닦고 계셨다. 


"은수저 닦고 계세요?"


"아니..." 


너무 열중하고 계시길래 나는 일단 옆에 조용히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 후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 


"다됐다! 이거 혹시 네 마음에 드니? 너 어제 망토 입었을 때 옷핀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잖니."  


어머님께서 보여주신 것은 은으로 된 브로치였다. 내가 숄을 입을 때마다 단추가 없어서 손으로 여미다가 옷핀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을 그냥 흘려듣지 않으셨던 것이었다. 


감동의 쓰나미...!


나는 이런 줄도 모르고...  



샐러드와 브로치를 받아 들고 집에 와서 남편에게 자랑했다. 


숄에 직접 착용해 보니 너무 예뻤다. 남편에게 사진을 좀 찍어보라고 했더니, 벌떡 일어난 남편은 여기 서봐라, 저기 가서 다시 서봐라 온갖 주문을 하며 열정은 뽐냈다. 

어머님께도 사진을 보내드리고 너무 예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우리 시부모님께서 이렇듯 내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듣지를 않으시는 것이다. 귀찮았던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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