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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3. 2023

프랑스 시댁정원에 깻잎을 심었다.

2022년 5월 24일


한국인 지인집에 놀러 갔다가 그 집 테라스에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던 깻잎모종을 얻어왔다. 시댁 정원에 깻잎을 심어달라고 부탁하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댁에 잠깐 들렀다.

아버님은 외출 중이셨고 어머님께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깻잎을 심어주겠다고 하셨다.



"민달팽이가 다 먹어치울 것 같아서 일단은 화분에 심는 게 좋겠다."

그러고 보니 시댁 정원 구석에 있던 토마토와 허브들이 다 사라져 있었다. 다 먹힌 건가... 화분을 찾아 나서던 어머님께서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부르셨다.

"이리 와보렴. 여기에 너무 좋은 향기가 나고 있어!"

뒤뜰에 라일락과 은방울꽃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져서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시냥이 들도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깻잎 심는 걸 구경했다.

어머님께서는 화분 맨 밑에다 물이 잘 빠지라고 동글동글한걸(?) 먼저 깔고, 부식토 넣고, 거름 같은 것도 넣으셨다. 그런 후에 깻잎을 심어주셨다. 


깻잎을 다 심은 후 진한 향기를 뿜고 있는 은방울꽃도 꺾어서 나에게 선물이라며 쥐여주셨다.

"이 꽃 뭔지 아니?"

"네, 뮤게요! 5월 1일 근로자의 날 서로 선물하는 꽃이라고 작년에 알려주셨잖아요."


모웬은 새로 생긴 깻잎화분을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 후 외출에서 돌아오신 시아버지께서 깻잎화분 위에 뭔가를 뿌리셨다. 민달팽이 퇴취용인가보다. (어머님께서 민달팽이 때문에 화분도 일부러 이렇게 2층으로 올리신 것이다.) 이렇듯 시부모님께서 좋은 건 다 넣어주셨으니 깻잎도 쑥쑥 잘 자랄 것 같다.




저녁에 집에 와서 시어머니께 메시지를 드렸다. 


[깻잎 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샐러드에 넣어먹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네!]

샐러드도 넣고 삼겹살도 싸 먹고 김밥도 싸 먹고 더 많이 자라면 깻잎김치도 담으면 더 좋고!

무럭무럭 자라나거라...

1주일 경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근데... 민달팽이들... 니들이 깻잎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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