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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4. 2023

갓 수확해서 만든 프랑스 시어머니표 무화과 타르트

2022년 9월 1일


불과 사흘 전에 시어머니와 익은 무화과를 몽땅 수확했는데, 그 사이 무화과들이 또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었다.

복숭아와 바나나를 넣은 요거트 스무디를 갈아서 맛 좋게 원샷한 후 시댁으로 무화과를 따러 갔다. 새들에게 더 이상의 무화과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점점 요령이 붙더니 이제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어느 지점에 올라가서 어떤 가지들을 당길 수 있는지 빠삭하게 파악이 되었다.


잠시 후 어머님께서도 창문을 통해 무화과 수확에 합류하셨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메흐드!" 하고 욕을 날리셨다.

실수로 가지를 부러뜨리신 것이다.

"아, 욕해서 미안하다. 이런 말 너는 배우면 안 된다."

"이미 늦었답니다. 어머님 덕분에 그 단어만큼은 이미 완벽하게 배웠어요."

"그럼 더 잘됐고!"

올해는 가뭄 때문에 열매가 작고 더 달다는 무화과를 금세 한 양동이나 땄다.


"네가 온 후로는 무화과를 매번 알뜰하게 수확하는구나. 우리 둘 만 있을 때는 그냥 손 닿는데 거만 따고 이웃들에게 직접 따다먹으라고 했지."

촌에서 자란 덕분에 사과며 감을 따먹던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어서 나는 기쁠 뿐이다.

"무화과가 많으니 타르트 만들어줄까? 아주 잠깐이면 돼!"

어머님께서는 금세 도우를 얇게 미셨고, 그 위에다 무화과를 조각내서 올리기 시작하셨다.


도우에는 설탕이나 버터를 전혀 넣지 않고 담백하게 만드셨다. 나는 일부러 찌그러진 무화과만 골라드리며 농담을 했다.


"저 지금 어머님이 따신 것만 골라드리는 중이에요. 너무 세게 힘을 주셔서 모양이 많이 망가졌네요."

"오, 너 메샹이다."

"사실인걸요. 저는 모양이 온전하도록 살살 땄거든요. 잠시만요, 여기 망가진 거 또 있어요. 오 너무 많아요. 이거 다 거기에 넣으세요."

우리 어머님은 은근히 이런 농담 좋아하신다.


무화과를 듬뿍 올린 후 그 위에다 시나몬파우더도 듬뿍 뿌리셨다.      

그 사이 시아버지께서는 어머님이 꺾으신 무화과나무를 손질하신 후 화분에다 애지중지 심으셨다.

"오, 이제 무화과나무가 또 생기는 건가요!!??"

무화과들이 여전히 대롱대롱 달려있다.

"원래 뿌리가 잘 내리려면 열매는 제거하는 게 좋은 건데..."

갈등되시는지 뒷말을 흐리시는 아버님. 이틀이면 열매가 익을 것 같은데 뿌리는 그 뒤에 내려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냥 두자고요!


나는 포도 한 송이를 따와서 테라스에 앉아 한 알 한 알 맛있게 먹었다. 어머님은 부엌에서 아버님은 정원에서 바쁘신 와중에 말이다.

그 사이 뚝딱 완성된 무화과 타르트!

간편 버전이라고 하셨는데 내 눈에는 평소 만드시던 (버터와 설탕이 들어가는) 타르트보다 이게 더 맛있어 보였다.

"너 점심 먹고 갈래?"

"음... 무슨 요리하실 건데요?" (이미 먹고 가려고 결정했는데 그냥 한번 농담해 본 거다.)

"맛있는 거. 에어프라이에 닭고기 굽고 있어. 일부러 세 조각 넣었으니 먹고 가라. 후식으로 타르트도 먹고."

"네! 저 먹고 갈래요."


테라스 테이블에 점심상이 금방 차려졌다. 엄청난 양의 토마토 때문에 좀 놀랐는데 셋이서 저걸 남김없이 다 먹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쿠스쿠스로 만든 상큼한 타불레, 렌틸콩 샐러드 그리고 에어프라이로 담백하게 구워진 닭고기. 오늘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우리가 직접 수확한 무화과로 만든 어머님표 타르트!

시어머니의 타르트를 다양하게 맛보았지만 오늘의 이 간편 버전 타르트는 최고 중의 최고였다.

설탕이나 버터가 일체 들어가지 않아 그저 담백하게 구워진 도우 위로 무화과 즙이 시럽처럼 감싸서 도우만 먹어도 마치 조청을 바른 우리나라 전통 약과처럼 꾸덕꾸덕하고 고소하고 달콤했다. 무거운 느낌이 없어서 부담 없이 계속 먹게 되는 맛이었다.


식사 중 어머님께서는 틈틈이 인터넷 중고 사이트를 뒤지시면서 혹시라도 모웬이 판매 게시판에 올라오진 않았는지 확인하셨다. 동물을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품종 반려동물을 훔쳐서 내다 파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하시면서.


모웬을 향한 그리움에 한 번씩 정원을 내다보며 서로 한숨을 쉬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이어질 것이다. 모웬은 돌아올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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