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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4. 2023

이 와인은 피하세요!

2020년 5월 1일.


저녁식사 때 자서방이 지하실에서 레드와인 한 병을 가져왔다.

테이블에서 병을 오픈한 후 한 모금 마셔본 자서방이 아무 말이 없었다. 평소라면 와인에 대해서 꼭 한 마디씩 하던데 이번 와인은 그리 맛있지는 않은가 보다.


저녁 식사 메뉴는 키쉬와 감자 그리고 샐러드였다. 샐러드드레싱이 참기름 간장맛이라서 샐러드가 더욱 맛있었다.


와인을 드시다가 사레가 들리신 시아버지께서 심하게 기침을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정색을 하시며 나가서 기침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셨는데 나는 그 모습도 재미있었다.
결국 시아버지께서는 기침을 하시며 다이닝룸을 나가셨고 그 모습을 본 자서방이 시어머니께 뭐라고 한마디를 했는데 웃긴 말이었던지 두 사람 웃음보가 제대로 터졌다. 무슨 말인지 나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시아버지의 험담을 했다는 것은 눈치챌 수가 있었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는 두 사람에게 나는 양손 검지 손가락을 한쪽씩 흔들면서 “쎄빠비앙, 빠종티”라고 말했다. 이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니 웃는 걸 멈추라는 의미였다. 시어머니께서는 미안하다고 하시면서도 웃음을 멈추질 못하셨다. 자서방이 웃긴 얘기를 했다고 하시며.


자서방이 말했다.

“이 와인, 아빠가 사신거거든. 본인이 생각해도 맛이 너무 없어서 당황하신 거라고 내가 농담을 했어.”

3초 후에 그 말을 이해한 나는 결국 같이 웃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웃고 있는 나에게 엄지를 흔드시며 내가 했던 말을 고대로 따라 하셨다.


“쎄빠비앙 “




시아버지께서 곧 돌아오셨고 우리는 식사를 다시 이어갔다.


잠시 후 자서방은 나에게 와인잔을 건네며 맛을 보라고 권했고 한 모금 마신 나는 웃음이 다시 터졌다.


내 반응을 응시하던 시어머니와 자서방이 나보다 더 크게 웃음이 터졌을 때 나는 정색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검지를 세우고 "쎄빠비앙"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조금 전에 내가 같이 웃었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시아버지께서는 나더러 친절하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장난이 심한 시어머니와 자서방 때문에 많이 과묵하신 시아버지는 가끔 외로우실 것 같기도 하다.

이 와인은 피하세요.

온 가족 웃음이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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