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Jun 24. 2023

프랑스 시어머니의 내 맘대로 불어교실


2020년 5월 20일


자서방과 시어머니는 일상 속에서 나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항상 애쓰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서로 큰 차이가 있다.


자서방은 언제나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고, 더 쉬운 단어들을 선택해서 반복해서 말해 주고, 또 내가 프랑스어로 더 많은 말을 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시어머니는 말도 빠르시고 대부분 혼자 할 말을 다 하신다. 내가 이해 못 했다고 생각되시면 그냥 영어로 다시 말씀을 해 주신다.

자서방은 항상 시어머니께 그러지 마시라고 진지하게 당부를 드린다. 나랑 대화할 때는 천천히 말해주고 더 쉬운 단어들을 선택해야 하고 또 내가 천천히 말하니까 내 문장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시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으신 우리 시아버지께서도 이제는 쉬운 문장들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신다.      




봉쇄 기간 때 처음으로 시어머니께서 나더러 마트에 가자고 하셨을 때 나는 좀 망설였었다.

“왜? 뭐가 걱정되는 거니? 샤워 안 하는 프랑스인들이 많은 마트에 가는 게 겁나는 거니?”

그 말을 들은 자서방이 프랑스어로 천천히 나에게 말했다.

“통계에 의하면 74%의 프랑스인들은 매일 샤워를 해.”

프랑스어로 숫자를 세는 건 여전히 어렵다. 74는 프랑스어로 60+14라고 하기 때문에 나는 머릿속으로 이 숫자를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허공을 2초간 응시할 때마다 시어머니께서 불쑥불쑥 영어로 답을 알려주셨다. 그럴 때마다 자서방은 인상을 쓰고 시어머니께 차라리 다른 데로 가시라고 했지만 내 프랑스어 수업에 관심이 많으신 어머님은 절대 자리를 떠나지 않으신다.


자서방은 계속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있어갔다.

“그러니까 매일 샤워를 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은 26% 라는 거지. 이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치야.”

자서방 덕분에 퍼센트를 불어로 말하는 방법을 제대로 외우게 되었다. 영어와 어떻게 비슷한지 덕분에 잘 깨우칠 수가 있었다. 또한 자서방은 프랑스인들이 역사 때문에 지금까지도 지저분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서방은 시어머니께서 나와 대화할 때 자꾸 말씀을 빨리 하셔서 내가 힘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나는 별 생각이 없다. 뭐 알아듣는 것만 대답하고 모르는 건 못 알아듣고 넘어가는 거지 뭐... 자꾸 그러다 보면 시어머니도 내 한계를 더 잘 알게 되실 거고 말이다.


요즘 자서방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티브이를 보시다가 “데귤라스!” 하고 격하게 소리를 치시길래 내가 그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자서방은 그런 말은 알 필요 없다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잠시 후 구글검색기를 돌리신 시어머니의 핸드폰으로부터 한국인 남자성우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겨운”

아하!

나는 그렇게 시어머니 덕분에 욕을 몇 개나 배웠다. 쀼땅 데귤라스 삭까메흐드...      

욕은 한번 들으면 유독 안 까먹는 내 총명함 때문에 자서방은 시어머니께 잔소리를 했다.


“엄마 제발요... 쟤는 꼭 그런 나쁜 말은 한 번만 들어도 안 잊어버린 단말이에요.”


그것은 내가 총명하기 때문이지.

나는 그 후로 티브이를 보다가도 혹은 내가 뭘 쏟을 때도 “데귤라스”라고 나직하게 외친다.

시어머니께서 칭찬을 해 주시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댁에 가면 맛있는 냄새가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