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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4. 2023

블루베리 (myrtille) 타르트를 먹으면..

2020년 5월 22일


오후에 시어머니께서 냉동실에 잔뜩 들어있던 블루베리를 몽땅 부어서 타르트를 굽고 계셨다. 프랑스어로는 myrtille(미흐띠으)라고 부르는데 정확하게는 야생블루베리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블루베리보다 알이 더 작고 야생에서 자라기 때문에 몸에도 더 좋다고 하셨다.


매년 시어머니는 보쥬에서 생산되는 이 야생블루베리를 잔뜩 주문하신다. 잼도 만드시고 이렇게 타르트도 1년 내내 구우신다.

 

그런데 타르트에 블루베리를 저렇게까지 듬뿍 올리시다니...

오븐에서 익어갈 때는 흡사 용암이 끓어오르는 비주얼이었는데 다 익고 나니 블루베리들이 다 쪼그라들었다.


자서방은 평소처럼 혼자서만 늦게까지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식사를 마친 시부모님과 나는 후식으로 타르트를 한 조각씩 먹었다.

“우와 블루베리가 정말 듬뿍 들어갔네요.”


“그렇지? 설탕을 좀 넣으면 더 맛있는데 일부러 아무것도 안 넣었단다.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서.”


“아니에요. 전 이게 더 나아요. 맛있어요.”


이런 걸 제가 어디 가서 먹어보겠어요.... 요즘 나 정말 호강한다.


타르트를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자서방이 말했다.


“혀 내밀어봐.”


“메롱~ “


자신에게 메롱을 하는 나를 보며 자서방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왜?”


“예뻐서”


그래 뭐 그건 그렇지.

“한번 더 내밀어봐...”


“메~롱”


“큭큭 우리 두 번째 만났던 날이 떠오르네. 그날 와인 마시고 나서 와이프가..”

으응..?

“내 입술 지금 보라색이야?”


자서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는 고개를 돌려 맞은편에 계신 시부모님을 보고는 웃음이 빵 터졌다. 저승사자로 변한 두 분께서 타르트를 맛있게 드시고 계신 것이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오히려 나를 보며 웃으셨다.


“저기요... 두 분도 저랑 다르지 않거든요?”

내 말에 두 분은 이미 알고 있다고 하셨다.


다 같이 웃다 말고 자서방이 나더러 빨리 가서 거울 보면서 웃어보란다. 또 나는 그 말을 듣는다. 보라색을 넘어서 완전 호러스럽게 시커멓다. 오메.. 이도 까매졌네..

이래서 시부모님이 입을 가리고 웃으셨구나. 나만 뭐가 그리 좋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네.


다음날 아침에 나와 시어머니는 아침 식사로 남은 타르트를 마저 먹으며 사이좋게 저승사자로 변신했다.
샤워를 마치고 뒤늦게 내려온 자서방에게 나는 시커멓게 변한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또 먹은 거야?”


자서방은 웃으며 내 섹시한 입술에 모닝키스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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