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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7. 2023

나는 시어머니가 밥해주신다.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는 요리의 신이시다!

시댁에서 머문 3개월 동안 나는 당연한 듯이 시어머니의 밥을 얻어먹으며 지냈다.

 

초반에는 시어머니께서 혼자 요리를 하고 계시면 마음이 불편해서 이것저것 도와드리곤 했는데 점점 시어머니께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거듭해서 말씀하시고부터는 아예 마음 편히 식사 때를 기다리기만 했다.


우리 친정엄마와 전화통화 중에 내가 시어머니께서 혼자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계시다고 하면 세상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밥을 차려줄 때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며 혀를 차곤 하셨다. 하지만 요리를 워낙 사랑하시는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식구들이 맛있다고 감탄하며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해하신다.

 

낮에도 쉴 새 없이 다양한 요리들을 시도하시는데 가끔 스스로 만족스러운 요리가 완성되었을 때는 식구들이 있는 거실로 들고 나와서 이렇게 자랑을 하곤 하셨다.


올리브유와 허브를 섞은 야채들 위에 빵가루를 뿌려서 오븐에 구우셨는데 깔끔한 맛의 라따뚜이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저 야채들을 샐러드 대신에 식사에 곁들이거나 타파스처럼 빵에 얹어먹어도 맛있다.      


아래는 내가 시댁에서 지내며 먹었던 시어머니의 요리들이다. 하나같이 모두 맛있었다.

오븐 야채구이, 송아지 고기 스튜, 그리고 동글 파스타, 정봉, 샐러드.


두말하면 입 아픈 시어머니표 볼로네제 파스타.


자서방이 출근하고 없는 낮에는 시부모님과 셋이서 생선을 자주 먹었다. 날이 더워지면서 냉파스타도 자주 먹었다.  



야채 오븐구이, 표고버섯을 잔뜩 넣고 만든 비프 브루기뇽, 렌틸 그리고 아스파라거스를 넣은 파스타.



닭가슴살을 수비드로 자주 해 주시는데 아무 양념이 없어도 정말 맛있다. 61도로 딱 25분만 익히라고 강조하신다.


돼지다리 오븐구이와 농장에서 사 온 정봉.



그린빈과 감자구이.



저기에 마요네즈를 살짝 곁들이면 세상에서 더 맛있는 음식은 없을 정도이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자주 만드시는 이 음식은 아직도 이름을 못 외웠다. 나는 그냥 토마토 샤뽀(모자)와 쥬키니 샤뽀라고 부르곤 했다.



봄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항상 테라스에서 식사를 했다.



가지처럼 생겼지만 저건 쥬키니다. 쥬키니의 속을 파내고 그 속을 다져서 계란, 빵가루, 치즈 등을 섞어서 채우셨다. 이건 유튜브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다고 하셨는데 새로운 맛이었다.




이건 쥬키니에 크림소스와 치즈를 넣고 만드신 그라탱이다. 맨 위에 고소하게 익은 저 치즈가 얼마나 맛있던지!

그리고 올리브, 정봉, 삶은 계란 등이 들어간 냉파스타를 함께 곁들였다.



그리고 내가 살구를 잘 먹는 걸 보시더니 슈퍼에 가실 때마다 살구를 잔뜩 사다 주곤 하셨다.


꽃과 새,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바로 우리 시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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