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일
토요일을 맞아 자서방과 나는 시댁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는 플람키쉬! 나는 이틀 연속으로 시댁에 와서 먹고 있는 중인데 이건 매일 먹어도 안 질릴 것 같다. 우리는 시부모님께서 세비아 여행 중에 사 오신 이탈리아 화이트와인도 함께 맛보았다.
"나는 너무 기쁘단다, 내가 플람키쉬를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이 말이야. 원하는 대로 플람키쉬를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
어머님의 즐거운 목소리에 내가 비슷한 톤으로 응수를 해드렸다.
"저두 기뻐요, 어머님께서 플람키쉬를 만들 줄 아신다는 점이요. 저두 원 없이 먹고 있거든요."
내 말에 다 같이 웃었다. (어머님께서는 나에게 레시피를 전수하고 싶어 하시지만 나는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얻어먹고 싶다.)
최근에 새 가족으로 들어온 막내 고양이 탈린은 눈치 없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우리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웃었는데 어머님께서는 이따금씩 한숨을 쉬셨다.
"모웬은 안된다고 말하면 알아들었는데 얘는... 도통 내 말을 안 들어......"
그렇다. 모웬은 노!라고 말하면 하던 짓을 바로 멈췄는데 아기 고양이 탈린의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 것 같다. 모웬이 보고 싶은 건 변함없지만 탈린의 해맑음은 보기만 해도 그저 즐겁다. (아버님은 탈린이 엎은 화분을 치우시느라 종종 애를 드신다.)
넌 이제 사고 치지 말고 여기 딱 붙어있어.
오빠는 왜 맨날 밖에 있어?
근데 나는 왜 나가면 안 돼?
탈린 머릿속에는 아주 많은 질문들이 있을 것 같다.
점심 식사로는 소시지를 먹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하신 후로 감자구이에 정말 꽂히셨다. 머스터드에 소시지를 찍어먹고 감자는 마요네즈에 찍어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식사 후에 나는 멍스테르 치즈를 한 조각 먹고, 옆에 과일 바구니에 있던 청포도도 한송이 꺼내먹었다.
"나 너무 배불러서 저녁은 못 먹겠다. 오늘 저녁은 그냥 생략하자. 당신도 지금 충분히 먹어둬."
내 말에 자서방이 시무룩해졌다.
"싫은데... 나 저녁 먹고 싶은데..."
"그럼 직접 요리하면 되지."
"싫은데... 나보다 와이프가 요리 더 잘하잖아... "
어머님께서 자서방에게 대신 대답해 주셨다.
"어제 먹다 남은 슈쿠르트 싸줄 거야. 그거 먹으면 되지."
그럼 되겠네! 감사합니다. 근데 자서방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엄마요리보다 마누라 요리가 더 맛있나 보다.
오늘도 시댁에서 배부른 하루를 보냈다!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결국 탈린도 지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