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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4. 2023

배도 채우고 웃음도 채우는 곳, 시댁

2022년 11월 1일


토요일을 맞아 자서방과 나는 시댁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는 플람키쉬! 나는 이틀 연속으로 시댁에 와서 먹고 있는 중인데 이건 매일 먹어도 안 질릴 것 같다. 우리는 시부모님께서 세비아 여행 중에 사 오신 이탈리아 화이트와인도 함께 맛보았다.



"나는 너무 기쁘단다, 내가 플람키쉬를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이 말이야. 원하는 대로 플람키쉬를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

어머님의 즐거운 목소리에 내가 비슷한 톤으로 응수를 해드렸다.

"저두 기뻐요, 어머님께서 플람키쉬를 만들 줄 아신다는 점이요. 저두 원 없이 먹고 있거든요."

내 말에 다 같이 웃었다. (어머님께서는 나에게 레시피를 전수하고 싶어 하시지만 나는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얻어먹고 싶다.)


최근에 새 가족으로 들어온 막내 고양이 탈린은 눈치 없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우리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웃었는데 어머님께서는 이따금씩 한숨을 쉬셨다.


"모웬은 안된다고 말하면 알아들었는데 얘는... 도통 내 말을 안 들어......"

그렇다. 모웬은 노!라고 말하면 하던 짓을 바로 멈췄는데 아기 고양이 탈린의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 것 같다. 모웬이 보고 싶은 건 변함없지만 탈린의 해맑음은 보기만 해도 그저 즐겁다. (아버님은 탈린이 엎은 화분을 치우시느라 종종 애를 드신다.)


넌 이제 사고 치지 말고 여기 딱 붙어있어.


오빠는 왜 맨날 밖에 있어?
근데 나는 왜 나가면 안 돼?


탈린 머릿속에는 아주 많은 질문들이 있을 것 같다.


점심 식사로는 소시지를 먹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하신 후로 감자구이에 정말 꽂히셨다. 머스터드에 소시지를 찍어먹고 감자는 마요네즈에 찍어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식사 후에 나는 멍스테르 치즈를 한 조각 먹고, 옆에 과일 바구니에 있던 청포도도 한송이 꺼내먹었다.

"나 너무 배불러서 저녁은 못 먹겠다. 오늘 저녁은 그냥 생략하자. 당신도 지금 충분히 먹어둬."

내 말에 자서방이 시무룩해졌다.

"싫은데... 나 저녁 먹고 싶은데..."

"그럼 직접 요리하면 되지."

"싫은데... 나보다 와이프가 요리 더 잘하잖아... "

어머님께서 자서방에게 대신 대답해 주셨다.

"어제 먹다 남은 슈쿠르트 싸줄 거야. 그거 먹으면 되지."

그럼 되겠네! 감사합니다. 근데 자서방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엄마요리보다 마누라 요리가 더 맛있나 보다.


오늘도 시댁에서 배부른 하루를 보냈다!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결국 탈린도 지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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