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아빠가 아닌지

by 혜연

2024년 12월


토요일 이른 저녁 나는 티옹빌 기차역에 내렸다.

플랫폼에 마중 나와 있던 버거씨는 평소처럼 두 팔을 활짝 펼쳐 나를 맞아주었다. 곧장 함께 큰 아들을 픽업하러 갔는데 버거씨는 오늘도 나에게 들려줄 말이 많았다.

"어제저녁에 큰애 대부이자 절친인 친구를 집에 초대했거든. 저녁 먹으면서 네 얘기를 참 많이 했어. 그 친구 아들이 낭시에서 대학교를 다닌다네? 나중에 낭시에서 넷이 만나자고 하더라."

잠시 후 큰아들이 차에 올라탔고 버거씨는 아들에게도 대부와 저녁식사를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 그 아들 기억나니? 너만큼이나 운동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자가면역 질환에 걸려서 고생이 심하대. 한 번씩 증상이 나타나면 항염제랑 면역 억제제를 며칠 동안이나 먹어야 진정이 된대. 면역력이 약해져서 감기도 잘 걸리고 몸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일상생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 얘길 듣다가 내가 끼어들었다.

"나도 류머티즘 있잖아. 이것도 자가면역 질환이거든."

버거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에게 말했다.

"봤지? 세상에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어."

일종의 공황장애가 있는 큰 아들은 수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학업까지 중단했었는데 최근에 보건행정으로 분야를 바꾸어 Alternance로 약국일과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새로운 공부와 일이 꽤 잘 맞는다고 한다.
아들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지긴 했어요. 그래도 가끔 손님들 앞에 서면 긴장돼서 온몸이 심하게 떨릴 때가 있어요..."

버거씨는 그런 아들에게 절대 의기소침해할 필요가 없다고 부드럽게 말했다. 본인도 가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땐 심하게 떨리고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말이다.

"네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걱정된다면 그럴 필요가 없는 직업도 있어.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내 남자 친구이지만 너무 자상하고 멋있다.

"네 시험 준비는 아빠랑 같이 하자. 오늘 저녁에 같이 요약해 보고 내일 아침에 질의응답식으로 복습하자. 물론 혜연만 괜찮다면 말이지."

나를 바라보는 버거씨를 향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요약정리해서 필기도 해 줄게. 시험 전까지 그걸 보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말이야."

버거씨는 내 동의를 얻은 후 내 이야기도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내 류머티즘 상태는 검사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증상이 더 이상 없어서 수년 전에 약을 끊은 상태인데 의사가 의아해할 정도라고 말이다. 걱정을 줄이고 잘 먹고 잘 자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내가 자주 하는 말을 인용했다.

"아, 말이 길어져서 미안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컴퓨터를 바꾸고 싶다고 했지?"

"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있길래 제가 가서 샀어요."

"와! 월급 받은 걸로 스스로 샀구나! 정말 기특하다!"

버거씨는 소년처럼 기뻐하며 사양을 알려달라고 보챘고 아들이 정보를 알려줄 때마다 와우! 진짜? 하며 신나 했다. 가격이 1900유로라는 말을 들었을 땐 나랑 눈을 마주치며 살짝 움찔해하긴 했다.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 금액 중 일부를 분담하마. 둘째랑도 공평해야 하니 더 큰 금액을 너에게 할애하진 않을 거야."

"당연하죠 아빠, 감사해요."

잠시 후 버거씨는 약국에 다녀온다며 잠시 차에서 내렸고 그 사이 나는 큰아들과 둘이 남았다.

"아빠 진짜 좋은 사람이야, 그렇지?"

"정말 그래요."

"부럽다. 난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어. 우리 아빠는 우리가 불교신자라서 산타가 안 온댔는데 나랑 우리 언니는 그래도 산타를 믿었고 매년 양말을 걸고 잔 거 있지."

아 우리 자매는 참 순수했구나. 짠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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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작은아들과 함께 우리는 버거씨가 포장해 온 초밥을 저녁으로 맛나게 먹었다.
버거씨는 후식도 아주 맛나게 만들어 주었다. 감, 석류,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그리고 달콤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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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두 부자는 열심히 시험준비를 했다. 의대를 1년 다녔던 경험이 있는 버거씨는 열심히 같이 공부를 해 가며 요약을 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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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도 버거씨는 제일 먼저 일어나서 아들을 위해 요약본을 필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날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 있었던지 혼자 공부를 해서 이해를 한 후 아들이 일어나서 내려오자 다시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두 사람은 오후에도 질의응답식으로 공부한 내용을 함께 복습했다.

며칠 후 큰 아들은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고 기뻐했다고 한다. 아들이 의기소침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 버거씨의 모습은 나에게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미안해. 심심했지..."

나에게 미안해하는 버거씨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해주었다.

"당신은 정말로 좋은 아빠야. 나 감동했어."

내 말에 오히려 감동했다는 버거씨는 이렇게 말했다.

"넌 이 세상 최고의 파트너야."

헤헤 우리는 세상 최고의 커플이닷!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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