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by 혜연

2024년 11월


이사한 새 아파트에서 첫날 아침을 맞았다.
짐 정리가 안 돼서 난장판이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손과 코가 시리지 않은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현실이 그저 기쁘다. 춥고 비싸고 불친절한 집주인이 있던 그 집과는 이제 안녕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아침 계획과 동선을 짰다. 역시 J커플!

버거씨가 가져온 테이블은 결국 조립에 실패했는데 (부품이 하나 부족 ㅡㅡ;) 다행히 SK가 가게에 하나 안 쓰는 테이블이 있으니 이사 선물로 갖다 쓰라고 했다. 그럼 일단 마트에 들러서 과일, 버터, 쨈, 두유, 계란등을 사고, 빵집에 들러서 빵도 사고 커피도 산 후에 시장에 들러서 테이블을 들고 돌아와서 아침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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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근처에 있는 이 빵집에는 처음 가 보았는데 버거씨는 이 집 빵에 정말 매료되었다.

"바게트 하나 주세요... 오! 혹시 저 빵은 혹시 밤가루로 만든 건가요? 오 세상에! 무화과랑 헤이즐넛도 들어가고요? 그거도 하나 주세요! 반 개 말고 큰 거 하나 다 주세요! 잘라 주실 수 있나요?"

완전 신이 나셨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6OjCsmc7cvXNpBkggevQ%2FPbBMQA%3D 버거씨가 저 손잡이 달린 컵을 세 개 갖다 줬는데 내 최애가 되었다. 시리얼도 담아먹고 국도 말아먹고.


드디어 테이블이 생겼다. 뚜둥!
우리 주변에는 짐이 마구 널브러져 있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척하고 먹는 중이다.
이른 아침부터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와서 먹으니 더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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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친정언니한테서 이사 잘했냐는 카톡이 와서 아침 상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어제 버거씨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알려주고 말이다. 그랬더니 언니왈;

"아이고 고생했는데 아침상이 부실하네. 버거씨 계란 한 개 더 구워줘라-"

버거씨한테 말했더니 웃겨 죽는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가구점 몇 군데 들러서 침대랑 가구를 둘러보았다. 결국 침대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하고 대신에 저렴한 옷장을 하나 사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버거씨에게 말했다.

"피곤할 텐데 이만 집에 가서 쉬어.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 금요일부터 너무 고생했어."

"아니야 괜찮아. 옷장 산거 조립까지 해 주고 갈게."

"조립은 내가 해도 돼. 대신 떠나기 전에 나를 위해 해 줄 마지막 미션이 하나 있어."

"마지막 미션? 그게 뭐야?"

"밥 사 줄 테니 그거 같이 먹고 바로 돌아가서 쉬어."

버거씨는 밥값도 자기가 낼 거고 옷장 조립도 다 해주고 갈 거란다. 에너자이저 버거씨도 슬슬 얼굴에 다크서클이 내려앉는 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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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식당에서 우리는 한참 늦은 점심을 먹었다. 버거씨는 가락국수볶음, 나는 소고기 덮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기운이 다시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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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접해 보이는 옷장도 조립하는데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결국 버거씨는 밤이 늦어서야 돌아갔다.
다시 가져갈 짐도 한가득이었다. 남은 페인트, 드릴, 망치, 사다리 등등...
차까지 배웅해 주는데 피곤하면서도 안 피곤한 척 애쓰는 표정을 보니 뭉클하고 미안하고 따뜻하고 또다시 만감이 교차하네.

혼자가 아니라서 어찌나 다행인지.

오늘도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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