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버거씨네서 2박 3일간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후 나는 낭시로 돌아와서 금요일부터 출근을 다시 시작했다.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느라 고생한 버거씨 이제 좀 쉴 수 있겠구나. 아들들도 엄마네로 다 돌아갔다고 한다.
[누나랑 매형이 일요일 온대.]
버거씨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하루 일찍 오는구나. 동생이 보고 싶었나 봐. 근데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텐데 다시 바빠지겠네?]
[괜찮아. 나는 누나랑 매형이 와서 기뻐. 하지만 네가 이곳에 없는 건 정말 슬퍼. 같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화요일까지 내 생각 계속하면서 기다려. 나 없이 셋이서 맛있는 거 많이 먹지 말고.]
[알았어.]
[약속]
[그래, 약속]
나는 주말 근무가 있어서 31일 화요일 퇴근 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때까지 맛있는 음식은 안 먹고 아껴두겠단다.
일요일 오후. 버거씨는 누나와 매형이 오기 전 장을 잔뜩 봐 오는 길이라며 전화가 왔다.
"안 피곤해? 많이 못 쉬어서 어쩌냐."
"아니, 안 힘들어. 좋아서 하는 건데 뭐. 내일은 출근 안 하고 재택근무 하기로 했어."
"장 많이 봤어? 오늘 저녁에 뭐 먹을 거야?
"맛있는 거 많이 샀어. 하지만 오늘 저녁에는 그냥 간단하게 먹을 거야. 맛있는 거는 화요일 너 오면 같이 먹게 아껴둘게."
흡족한 대답이다.
빨간색 앞치마를 메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버거씨의 모습을 떠올리니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러게 나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 주말에는 내가 낭시로 갈게. 월요일에는 낭시에서 재택근무를 시도해 볼까 해. 그러고 나서 화요일 아침에 기차를 타고 룩셈부르크로 바로 출근해 보려고.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거야."
갑자기 기차역 앞에 극적으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구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더니 버거씨와의 인연에도 이유가 있겠지.
롱디 연애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나 없이 맛있는 거 먹지 마...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