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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7. 2020

누아무티에에서 오신 손님

굉장히 부자인 데다 겸손하기도 하지. 그런데...

2020년 6월 24일


아침 일찍 친정 엄마와의 전화통화가 길어져서 느지막이 거실로 내려왔더니 손님이 와 계셨다.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아저씨셨는데 혼자서 열심히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셨고 시부모님과 자서방은 흥미로운 얼굴로 경청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눈 후 나도 옆에 앉아서 잠시 경청하는 척하다가 결국은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그분은 특이하게 소금을 한가득 가지고 오셨는데 떠나신 후 시어머니께서 나에게도 그 소금을 나눠주셨다. 자서방이 자세히 알려주기를, 이 소금은 누아무티에(noirmoutier)라는 섬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소금이고, 특히 작은 소금은 fleur de sel, 즉 소금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염전에서 가장 표면의 층에서 수작업으로 분리된 소금이라고 했다. 비싸고 감칠맛이 좋아 일반 요리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요리를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용도라고 했다. 



"그분은 소금 사업을 하시는 거야?"


"아니 아니, 누아무티에에 가셨다가 지금 막 돌아오시는 길에 선물로 소금을 주시려고 잠깐 들르신 거야. 부모님이랑 아주 친한 친구 셔." 


"누아무티에? 거기 여행 가신 거야?" 


"아니, 그곳에 집이 있으셔. 자기 집에 다녀오시는 길이야." 


자서방은 구글 지도를 열어서 낭시와 누아무티에섬의 위치를 각각 짚어주었다.


"부자셨구나!"


"엄청 부자 셔. 누아무티에는 집값이 정말 비싸거든. 주로 그분은 낭시에서 지내기 때문에 누아무티에 집은 오랫동안 비어있는 상태지. 그래서 우리 부모님께 집 열쇠를 줄 테니 아무 때나 편히 이용하시라고까지 했는데 아직 부모님은 한 번도 안 가셨어."


"와, 집이 두 도시에 있다니..."      


그때 시어머니께서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네 개란다! 집이 네 개가 있어, 파리에도 집이 있고, 부르주에도 있지!"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진짜 부자네요!"


"근데 부인이 있어!" 


시어머니께서 한 손바닥을 나를 향해 세우시며 딱 잘라 말씀하셨다. 나는 잠시 눈을 꿈뻑꿈뻑하다가 뒤늦게서야 이해를 하고 크게 웃었다. 


"저런! 안타깝네요!" 


내가 시어머니의 농담에 이렇게 받아치자 자서방과 시어머니 모두 함께 깔깔 웃었다.


"굉장히 부자인데도 사람이 얼마나 겸손하고 친절한지 몰라. 또 검소하고 말이야. 정말 좋은 사람이지. 근데... 부인이 있어..."


이렇게 부자인 줄 알았다면 아까 좀 더 친근하게 대화도 나누고 친해질걸 그랬다. 시부모님을 따라서 누아무티에에 휴가를 갈 수 있게 될지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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