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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7. 2020

코로나 봉쇄기간에 프랑스에 입국하다.

모두 텅 비어있었다. 

2020년 4월 12일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텅 빈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우리 부부는 지난해 태국 생활을 청산하고 자서방의 고향인 프랑스 낭시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서방은 먼저 낭시에 있는 시댁에서 지내며 한국에서 출발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비자업무가 중단이 된 상태였지만 내가 꼭 이 시기에 프랑스 입국을 원한다면 직항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배우자 장기 비자를 예외적으로 발급해 주겠다는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나는 무사히 출국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인천공항뿐 아니라 비행기도 텅텅 비어 있었다. 파리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우리 비행기에서 총 7명이 내렸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역시 워낙 텅 비어 있었고, 조용한 가운데 우리 7명의 발소리만 울리는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고 긴장이 되기도 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후 자서방과 드디어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매일 화상통화를 했는데 막상 프랑스에 도착해서 얼굴을 보니 왜 눈물이 핑도는걸까.


그러는 사이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수많은 택시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벌떼처럼 따라오는 택시기사들 때문에 당황하고 있을 때 그중 한 남자가 말했다. 승객이 워낙 없어서 이러는 거라고...

 

시아버지께서 예약해 주신 픽업 기사님께서 뒤늦게서야 내 이름표를 들고 헐레벌떡 달려오셨다. 일회용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끼고 계시던 기사님은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셨고 내 카트를 대신 밀어주시며 이제는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시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서 나를 만났다고 통보를 드리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차 안에는 생수와 사탕, 핸드젤 등을 주셨지만 감사인사만 드리고 불안해서 만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3시간 이상이 걸리는 여정 내내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었다. 

기사님은 정말 친절하셨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서 이것저것 많이 설명해 주셨다. 


더없이 좋은 분이셨는데... 음... 중간에 한번 방귀를 뀌신 것 같다.
냄새가 너무 독했는데 창문을 열지를 못했다. 상처 받으실까 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말았다. 오기 전에 나영이가 이모 먹으라고 멕여준 방귀도 아직 소화가 안됐는데... 나영아 이모 잘 먹었다...

나중에 시어머니께 이 얘길 들려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 남편 방귀가 세상 최고로 독하단다. 요즘 우리가 고생 중이야."






밤 10시 반쯤에 우리는 드디어 시댁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대문 앞에 아무도 마중 나와있지 않아서 기사님께서는 가족들이 나빴다며 농담을 하셨다. 내가 대문 앞에 서서 벨을 눌렀을 때 집안에서 시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맨 먼저 들렸고 곧 자서방을 선두로 온 가족이 달려 나왔다. 


난 자서방을 만나면 눈물이 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심지어 기사님께서 운전 틈틈이 자서방과 문자를 주고받는걸 뒤에서 볼 때도 눈물이 핑 돌았었다. 그런데 막상 달려 나오는 자서방을 보니...

웬 곰 한 마리가 달려 나오는 줄...

맨날 화상통화로 얼굴만 보여서 전혀 몰랐다.


자서방 요즘 바빴구나... 몸 키우느라... 격리생활의 부작용... 말로만 듣던 확 찐자...


자서방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서 나를 끌어안고 마스크를 하고 있던 내 볼에 키스를 하려고 할 때 나는 뒤로 물러나며 안된다고 거부를 했다. 자서방은 내 만류에도 게으치않고 키스를 퍼부었다. 나도 모르겠다... 


사랑스러운 곰 한 마리와 시부모님과의 동거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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