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한국 휴가를 코앞에 둔 주말.
낭시에서 함께 주말을 보낸 버거씨와 함께 월요일 내 짐들을 챙겨서 티옹빌로 함께 출발했다. 버거씨는 월, 화 이틀간 나를 위해 재택근무를 해 주었고 화요일 오후에 룩셈부르크 공항까지 나를 배웅해 줄 수가 있었다.
"공항 앞에 그냥 내려줘. 주차비 들잖아. 그냥 혼자 들어가면 돼."
"아니야, 공항에서 15분 주차는 무료야. 같이 들어갈 수 있어."
Kiss & Fly 15분 무료라고 써져 있다.
올~ 이런 게 있었구나. 좋다!
덕분에 공항 입구에 주차를 한 후 함께 공항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터키항공을 타게 된 나는 이스탄불에서 경유할 예정이다.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했을 때 버거씨가 갑자기 지갑에서 50유로를 꺼내주며 말했다.
"넌 현금 안 갖고 다니잖아. 이스탄불 공항에서도 유로화 받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갖고 있다가 샌드위치라도 사 먹어."
"카드 쓰면 돼. 그리고 샌드위치가 무슨 50유로나 한다고!"
억지로 돌려줬더니 버거씨는 다시 내 주머니에다 돈을 찔러주었다. 그냥 받으란다.
딸 유학 보내는 아빠도 아니고.
근데 진짜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짧게 작별하려고 했는데 버거씨 말이 자꾸만 길어지네.
"내년에는 꼭 한국에 같이 가자, 알았지? 나 한글 공부 열심해해서 너희 가족들한테 한글로 편지도 쓸 거야!"
아 자꾸 감동 주기 있기 없기...
"많이 보고 싶을 건데... 그래도 기다릴 수 있어."
"그래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의 가족들,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보자."
내 말에 버거씨가 끄덕이며 말했다.
"응. 아들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거고, 엄마도 한번 뵙고 오려고."
그래그래 착한 아저씨 기특해요.
떠나면서도 버거씨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손키스를 계속해서 날렸다. 공항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받으라고 저러는지 자꾸자꾸 날려주네.
이제 진짜로 한국에 가는 건가.
5년 만에...
그동안 한국은 또 얼마나 바뀌었을까.
아직은 내일 저녁에 도착할 한국보다는 방금 헤어진 버거씨 생각이 더 많이 난다.
3시간 30분을 날아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버거씨에게 전화를 했다.
버거씨는 피곤하지도 않은지 둘째 아들이랑 헬스장에 와 있다고 말했다.
"피곤하지도 않아? 내 짐 옮기느라 어제부터 고생했는데 집에서 좀 쉬지 않고."
내 말에 버거씨가 하나도 안 피곤 하다며 활기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에게는 세상 최고의 여자가 있어. 그러니 나 또한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야 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거야."
피식 웃음이 났다.
이런 닭살멘트도 매우 진지하게 말하는 버거씨다. 진지해서 더 웃김.
"그래, 세상 최고의 여자는 이제 가야겠다. 한국 도착하면 연락 줄게."
"응. 넌 비록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지만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을 거야. 그 사실은 나를 행복하게 해."
알았어요 알았어ㅋㅋㅋㅋ
시인을 만났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어딜 가나, 혼자 있을 때에도 내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이제 한국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10시간만 더 날아가자.
울 언니랑 형부가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로 했는데...
이제 좀 설레기 시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