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막내딸이 돌아온 집

by 혜연

2025년 4월



드디어 한국땅에 착륙했다. 무려 5년 만에 밟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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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런거 찍더라...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었다.


버거씨랑 룩셈부르크 공항에서 헤어졌을 때가 저녁 5시쯤이었는데 나는 다음날 비슷한 시각에 한국에 떨어졌다. 한국은 정말 멀기도 멀구나.


공항에서 언니, 형부 그리고 나영이(라고 주장하는 낯선 처녀)와 재회했다. 언니랑 형부는 변함이 없는데... 우리 나영이 본 사람? 나영아... 이모가 애타게 찾고 있다. 연락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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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모 껌딱지였던 우리 나영이, 레미콘만 보면 환호하던 나영이 대신 나온 처자는 이제 고3이라 하루에 5시간밖에 못 잔다고 시크하게 말하더니 금세 내 옆에서 잠이 들었다.

언니 휴대폰으로 아빠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디쯤 왔는지 묻는... 아빠가 저녁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허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경상도 남자의 표본이던 우리 아빠가 뭐를 한다고? 혹시 내가 지금 평행세계로 잘못 떨어진 건가.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 세상 무뚝뚝하던 아빠는 우리 언니가 공항에서 달려왔던 것처럼 현관에서 맨발로 '두 팔 벌려' 달려 나오셨다. 아이 깜짝이야...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좀 어정쩡한 자세료) 안겨드렸다.

우리 엄마는 울먹울먹 한 표정으로 뒤에 서 계셨는데 나를 보자마자 설움이 복받친 듯할 말이 많아 보이셨다. 전남편과 전 시부모님 생각이 복잡하게 올라온 모양이다. 뒤에 조카가 서 있어서 다행히도(?) 수많았을 그 말들을 꿀떡 삼키셨다.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랑 계란말이 그리고 호박전이었다. 밥을 포함한 모든 메뉴를 아빠가 혼자 다 하신 거란다. 솔직히 김치찌개는 싱거웠지만 그래도 온 식구들이 감탄하며 먹었다. 정말 별일이 다 있네. 우리 아빠가 요리를 다 하다니. 뒤늦게 배운 요리가 재미있으시단다. 유튜브에서 주로 요리를 배운다고 하셨다. 프랑스 아저씨들처럼 우리 아빠도 요리 이야기를 자꾸 하신다. 많이 어색하지만 참으로 반가운 변화다.


언니네 가족이 돌아간 후 내 방에 들어온 엄마는 그제야 참았던 질문들을 모두 쏟아내셨다.

떠나올 때 버거씨가 돈을 줬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꽤 감동받으신 눈치다. 그래도 아직은 함부로 사람 믿지 말라 신다. 모녀가 대화를 나누는 내내 무뚝뚝한 아빠는 내 방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이셨다.

내 마음이 많이 편해진 걸 느끼셨는지 엄마도 마음이 놓이시는 듯했다. 밤이 늦도록 그동안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들려주셨고 우리 모녀는 실로 오랜만에 큰소리로 웃고 또 웃었다.


내 방은 이미 엄마의 옷방으로 바뀐 지 오래란다. 옷뿐 아니라 안 쓰는 물건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내 방인데도 꽤 낯설다.


내일은 할머니를 꼭 만나야 된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내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묻는 전화를 엄마, 아빠, 언니한테 하루 몇 통씩이나 걸었다고 한다.



이 집 막내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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