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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Sep 01. 2020

프랑스에서 얼떨결에 한식 수업을...

"맛없어도 우리는 맛있다고 할 거니까 부담 없이 대충 해도 된단다."

2017년 8월 3일


이번에도 자서방은 프랑스에 오면서 만두를 좋아하시는 시부모님을 위해 만두피를 잊지않고 사왔다. 


사실 원조 만두의 달인은 자서방이고, 나에게 만두 만드는걸 가르쳐준 사람도 바로 자서방인데 자꾸만 자서방은 시어머니께 내가 만두의 달인이라며 치켜세웠다. 한두번 해 보다보니 나도 이제 점점 실력이 붙고 있기는 하다.


시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만두를 언제 만들 거냐고 물어오셨고, 나는 언제든 상관없다고 말씀드렸다. 알고 보니 만두 빚는 며느리에 대해 온 동네에 자랑을 하셨는지, 와서 직접 보고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고 하셨다.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친구분과 같이 만들어서 맛있게 또 즐겁게 먹으면 되니까.


"우리 이번에는 평소 먹던 고기만두뿐 아니라 비건 만두, 그러니까 고기 없는 만두도 같이 만들자. 너 할 줄 알지? 몰라도 괜찮다. 넌 분명 잘할 거야. 이미 우리 며느리가 잘할 거라고 말해뒀거든."


헉... 야채만두...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자서방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웃으며 그냥 대충 만들란다. 도움이 안 된다. 

시어머니께서도 내가 대충 만들면 무조건 맛있다고 할 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하셨다.


부엌에서 글라스 누들을 본 적이 있어 야채만두에는 두부와 느타리버섯 그리고 당면을 넣기로 했다. 이웃이 오기로 한 당일 오전 우리는 근처 베트남 식료품점에 가서 두부를 한모 사 왔고 부추 대신 시댁 텃밭에 있는 쪽파를 공수했다.


이웃에 사시는 친구분은 원래 저녁 6시에 오시기로 하셨는데 매우 들뜬 표정으로 5시에 이미 오셨다. 그녀는 의외로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고 인상도 너무 좋은 분이셨다.


나는 어설픈 첫 요리교실을 앞두고 꽤 긴장하고 있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만두소 만들기에 돌입했다.

친구분이 비건 만두에 대한 나의 노하우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나는 솔직히 말해주었다. 이번이 처음입니다... 맛 보장은 못합니다 라고 말이다. 그분은 같이 웃으시더니 하나하나 재료가 들어갈 때마다 여전히 나를 철저한 계획하에 완벽하게 재료를 배합하고 있는 요리 전문가를 대하듯 질문과 감탄사를 계속 이어갔다.

여차저차 어찌어찌 완성해냈다.

 

속은 내가 만들었고 빚는 건 시어머니와 친구분과 같이 했다. 나는 속을 알차게 넣어야 하고, 속에 공기가 들어가면 나중에 터진다고 강조했지만 두 분은 모양에만 너무 치중하느라 속을 아주 조금씩만 넣어서 솔직히는 내 마음에 안 들었다. 요리 전문가답게(?) 나는 재미를 위해 과장된 말투로 신랄하게 두 분의 만두를 평가해 드리기도 했다. 특히 우리 시어머니께서 못난이 만두를 완성해서 내려놓으실 때마다 나는 가늘게 실눈을 뜨고 능청스럽게 말씀드렸다.


"앗, 이 만두는... 누가 만드신 거지요?"


"내가... 했다.. 내가 먹을 거다..."


사실 우리 시어머니는 이런 농담 좋아하신다. 이웃분도 같이 소리 내 웃으셨다.

당면이 삐죽삐죽 나와있는 요건 비건 만두다.

내가 만두소를 만들고 있을 때 시어머니께서는 옆에서 베트남식 샐러드를 만들어주셨다. 베트남 식료품점에서 사 오신 패션푸룻, 망고, 당근, 땅콩가루 그리고 튀긴 마늘 등을 넣으셨는데 태국의 쏨땀보다 훨씬 맛있었다. 정말 눈이 크게 떠지는 맛이었다! 베트남 여행 가셨을 때 쿠킹클래스에서 배운 거라고 하셨다. 다양한 요리를 배우는 걸 좋아하시는 시어머니께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우리나라 사찰요리도 같이 체험해 보자고 말씀드렸다. 비건 음식과 건강식으로 좋아하시기 때문에 사찰 요리도 분명 매우 좋아하실 것 같다.

만두를 만드는 동안 거실에서 뒹굴거리던 자서방이 그래도 양심은 있었던지 튀기는 건 본인이 하겠다고 나섰다.

물과 기름을 섞어서 뚜껑을 덮고 익혔는데 물만두와 튀김만두 중간쯤의 맛이었다. 아주 훌륭하게 잘 해냈다. 칭찬해~


"와이프가 만든 만두는 딱 봐도 알 수 있어. 속도 알차고 익히다 보면 부풀거나 터지지도 않지." 하며 내 만두를 큰소리로 칭찬해주었다. 역시 나를 알아주는 건 남편이구나! (솔직히 부엌에서 내가 두 분께 했던 말을 밖에서 엿듣고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하다.)


시어머니께서 만드신 샐러드와 먹으니 궁합이 정말 잘 맞았다. 특히 고기만두는 모두 엄지를 치켜세우는 그런 맛이었다. 내가 먹어봐도 정말 맛있었다. 딤섬집에서 나올만한 그런 육즙이 살아있는 맛이랄까... 역시 백선생님의 레시피를 참고한 보람이 있었다. 백선생님 감사합니다.

이건 비건 만두-


버섯, 파, 두부, 당면을 넣고 마늘과 간장, 굴소스로 간을 했다. 그냥 먹으면 심심했을 텐데 간장 소스와 시어머니의 새콤달콤한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시어머니와 친구분도 맛있다고 하셨다. 남은 두부는 친구분 가실 때 싸드렸다. 두부를 좋아하시는 듯했다.


나의 첫 쿠킹 클래스는 나름 성공적이었고 자서방과 시부모님은 내가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2년이 지난 지금 시어머니께서는 나보다도 만두를 더 예쁘게 빚고 계신다. 다양한 한식을 요리해 드리고 싶어 노력해 왔는데 지금까지 시부모님과 자서방이 가장 좋아한 한식은 비빔밥이다. 자서방의 친구들도 조만간 초대해서 비빔밥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또한 요리의 신이신 시어머니께 프랑스 요리도 열심히 배워서 제법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시어머니 덕분에 요리를 해서 가족을 기쁘게 하는 즐거움을 나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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