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께서는 적적하실 것 같다.
2020년 7월 18일
우리는 마침내 시부모님의 둥지를 떠나 온기 없는 새 아파트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아직 정리도 덜 됐고 테이블도 없는 상태이다. 시어머니께서 자서방의 외할머니 때부터 사용해 오시던 테이블을 전문업자에게 손질을 맡기신 상태셨고, 며칠 후 집으로 배달돼 오기로 되어있었다.
첫 저녁 메뉴로는 라따뚜이와 밥을 했다. 시어머니께서 써머 믹스와 토마토소스 그리고 야채까지 주신 덕분에 간단하게 요리를 완성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서야 쌀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슈퍼가 아닌 시댁으로 달려가서 쌀도 한 봉지 얻어왔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본인의 요리를 드실 때 본인의 이름을 외치곤 하신다.
"브라보 요용! 아주 훌륭해!"
나도 어머님처럼 내 이름을 외치면서 먹었다. 자서방은 엄마 생각이 더 났겠지?
자서방은 어느새 내 라따뚜이 사진을 시어머니께 보내드렸단다. 하긴 부담될까 봐 직접 물어보진 않으시지만 굉장히 궁금해하고 계셨을 것 같다.
그리고 첫 빨래도 했다.
몸살이 올 듯 말듯하더니 빨래를 다 널고 나서 기운이 쭉 빠져서 잠깐 퍼져 누워버렸다. 그러다가 세제 향기 가득한 방 안에서 창밖의 파란 하늘 솜털 구름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시어머니께 의지하고 살다가 이제야 낯선 프랑스에서 직접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몸은 좀 힘들어도 솔직히 마음은 훨씬 가벼운 기분이었다.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사진을 하나 보내주셨다. 우리 짐이 빠지고 다시 깔끔해진 시댁의 다이닝룸이었다.
우리 짐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새 램프를 보여주시려던 사진이었지만 내 눈에는 덩그러니 놓인 두 개의 식판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오후만 되면 저 다이닝룸을 내 도서관이라고 부르며 저곳에서 혼자 공부를 하곤 했다. 가끔씩 부엌에서 요리하고 계시던 시어머니께서 냄비나 팬을 들고 오셔서 나에게 요리를 보여주기도 하셨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한창 마스크 만드는 재미에 빠져 계셨을 때 우리는 저곳을 아뜰리에라고도 불렀다. 그 바쁘던 장소가 이제는 허전해 보였다.
"저희 짐도 빠지고, 제 도서관이 이제 두 분 만의 다이닝룸이 되었네요! 램프 너무 예뻐요."
시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래 우리 둘만 있으니 이제 맘 편히 속옷 차림으로 다닐 수 있어서 좋구나! 하지만 너희 자리는 이 집에 항상 있으니 아무 때나 오렴. 우리와 고양이들은 항상 너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식사할 때 시끄러운 며느리가 없어서 꽤 적적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