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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8. 2020

분가했지만 여전히 시댁 그늘 속이다.

2020년 7월 22일


아침 일찍 자서방은 출근하고 혼자서 썰렁한 테이블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만든 블루베리잼
시어머니께서 주신 보르디에 가염버터
시아버지께서 사다주신 바게트
저 과 접시며 식탁이며 식탁보까지도 모두 시댁에서 제공해 주신 것들이었다. 

독립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댁의 그늘 속이구나...!      





저녁 메뉴를 위해 어제 사다 놓은 닭다리로 수비드를 하려고 보니 진공 포장하는 기계를 시댁에서 안 가져왔나 보다. 그걸 가지러 시댁으로 갔더니 시어머니께서 바게트와 냉장고에 있던 야채를 있는 대로 담아주셨다.


"아참, 혹시 접착제 있으세요? 싱크대에 살짝 떨어지려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 미리 단단히 붙여두려고요." 

"그래, 여기 있다. 이거 엄청 강력한 거니까 절대로 손에 올려놓고는 쓰지 말거라."

"이 개구리는 뭐예요? 마리 필립 아주머니네 다녀오셨어요?"

시어머니의 친구이신 마리 필립 아주머니께서는 개구리를 엄청 좋아하셔서 집안 곳곳에 개구리 소품들이 넘쳐나는 분이시다. 

"아니, 그건 우리 집에 있던 거야. 너희 집에 컬러가 부족해 보이더구나. 벽도 흰색에 가구들도 죄다 무채색이잖니. 그래서 파란 개구리라도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넣어놨다." 



"아참, 저희 부모님이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이사하는 게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멀어서 도와주지 못해 걱정이 되는데 시부모님께서 옆에서 잘 챙겨주셔서 안심되고 감사하시대요." 

"그래그래 충분히 이해 간단다. 지금은 우리가 바로 옆에 있어서 얼마나 안심되고 좋은지 몰라. 너희가 태국에서 이사를 한다고 했을 땐 나도 꼭 그럼 마음이었거든. 지금은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렴. 그리고 항상 아무 때나 먹으러 오거나 자러 와도 된다는 것도 명심하고. 부모님께도 코로나가 사라지면 꼭 놀러 오시라고 다시 한번 잘 말씀드려보렴." 

짐을 들고 나오는 나를 배웅해 주시면서 시어머니께서 한번 더 물으셨다. 

"무거우면 내가 태워다 줄까? 더 필요한 거는 없고?" 

"안 무거워요, 걸어가면 돼요. 그리고 더 필요한 건 있지요! 아시잖아요, 그건 모웬이죠!"

"아... 이제는 안 물어본다는 걸 내가 자꾸 물어보는구나..."

같이 살 때 보다 독립하고 나니 시부모님의 정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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