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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돌마드(Dolmades)를 만들었다.

"제가 더잘 만드니까어머니는 만들지 마세요.망치실 것같아요."

by 혜연

2021년 4월 25일


시댁에 돌마드를 만들러 갔다.


돌마드는 포도잎에 밥과 허브 등을 말아서 전채요리로 주로 먹는 요리라고 하셨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돌마'라고 부르기도 하시고 '돌마드'라고 부르기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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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재료인 이 포도잎은 시판으로 구매하셨는데 발효된 상태라고 하셨다. 물에 담가 뒀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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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포도는 물에다 불리셨다. 하필이면 저 찻잔에다 불리셔서... 나중에 내가 똑같은 잔에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내 찻잔의 차를 저 건포도 불린 물로 착각하시고는 싱크대에 쏟아버리시는 사태가 벌어져서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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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주물팬에다 잣을 돌돌 굴리면서 살짝 구웠다. 유럽의 잣은 참 아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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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페인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어서 시어머니께서 '굿나잇 키스'라는 카페인 없는 차를 권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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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면서 작은 크림치즈도 함께 맛보라며 하나 꺼내 주셨다. 바삭한 비스킷같이 생긴 빵(이걸 빵이라고 부르셨다.)에 치즈를 떠먹었다. 오잉~~ 이것도 맛있어요~!!

주시는대로 맛있게 잘도 받아먹는 며느리라 이것저것 자꾸 권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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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을 올리브유에 볶다가 쌀을 넣어서 함께 볶으셨다. 쌀은 빠에야를 만드는 쌀이라고 하셨다.

볶다가 물을 조금 부어서 보글보글 끓이셨다. 어차피 포도잎에 말아준 다음 한번 더 익혀줘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익힐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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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와 고수를 잘게 잘라서 넣으셨다. 난 둘 다 안 좋아하는데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많이도 넣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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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레몬도 몇 개나 즙을 내셨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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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불린 건포도를 찻잔에서 건져내신 후 죄 없는 내 찻잔을 싱크대에 휙 부으셔서 내가 소리를 쳤다.

"저 덜 마셨는데요~~~~!!!!"

내 비명에 우리 시어머니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시고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으셨다.

나는 큰소리로 웃었고 시어머니께서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셨다.

"내가 새로 한잔 더 갖다 주마, 응?"

"아니에요. 조금 있다가 제가 직접 갖다 마실게요. 아이고 웃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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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를 그렇게 넣으셨으면서 말린 민트를 또 넣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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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처럼 꼭꼭 비벼 주신 다음 희한하게 생긴 기구를 꺼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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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요리를 어떻게 배운 줄 아니? 터키 여행 갔다가 레스토랑에서 직원들이 만드는 걸 지켜보면서 배워온 거야. 터키 시장에서 이 기구도 두 개나 사 왔지."

"기구 하나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이웃에 줬어. 나는 하나만 있으면 되거든."

"옆집 달링한테 주신 거지요?"

"오호호호 맞아. 그 남자한테 줬어."

"와이프가 아니라 그 남자한테 주신 거예요?"

"응, 왜냐면 그 집 와이프는 요리에 별 관심이 없는데 그 남자가 나랑 비슷해. 뭔가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서 나랑 친해진 거란다. 돌마드도 경쟁하듯 만들어서 서로 자랑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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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5개쯤 만들고 난 후 나머지는 내가 모두 만들었다.

"만들고 싶은 만큼만 만들고 나서 쉬거라."

"아니요. 제가 다 만들 거예요. 솔직히 제가 어머니보다 더 잘 만드는 것 같거든요."

하나씩 기계에서 완벽한 돌마드가 굴러 나올 때마다 나는 "키야~", "크흐~" 소리를 내며 자화자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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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내가 만드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주시던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 손으로도 한번 만들어 볼까? 어떻게 생각하니?"

"하지 마세요~"

"왜? 내가 망칠 것 같아서?"

"네 ㅋㅋㅋ"

내 뻔뻔한 농담에 우리는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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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조각들을 띄운 물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익히셨다. 그런 후에 최종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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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돌마드를 찍고 싶으셨던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휴대폰을 찾고 계셨다.

"내 전화기 어딨지? 전화기야~ 너 물속에 있니~~~?"

전화기를 찾으시는데 왜 자꾸 싱크대만 보시는 걸까. 하하

시어머니의 전화기는 이번에도 내가 찾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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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뿌려서 맛을 보았다.

오래전 돌마드를 처음 맛보았을 때는 향신료 향이 너무 강해서 거북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건 시판 제품이었다.) 프랑스의 입맛에 적응을 한 건지는 몰라도 이건 먹을 만했다. 그래도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만 통에 담아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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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요리를 하는 날이면 한참을 같이 웃다가 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즐거운 요리시간이었다. 요리보다 웃는 게 더 즐거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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