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도 친근하게 대해주는 동네 이웃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프랑스어가 빨리 늘었으면 좋겠다. 

2021년 5월 27일

나는 아침 일찍 장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느긋하게 산책 삼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오늘은 밤새 내린 비 덕분인지 공기가 유난히 시원하고 맑았다.

평소에 이용하는 큰길 말고 지름길로 보이는 작은 골목길에 처음 들어가 보았는데 갑자기 요란한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머리 위로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글쎄 지붕아래가 온통 새 집이었다! 빼곡하게 지어진 새집 위로 아기새들의 머리가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내가 고개가 아플 때까지 허공에다 시선을 고정한 채로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옆에 지나시던 한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여기 사진 찍을만한 예쁜 게 없는데요, 저쪽으로 가면 꽃도 많고 더 예쁘답니다." 

친절도 하셔라.

어설픈 프랑스어지만 최대한 활짝 웃으며 대답을 해 드렸다. 

"저기 새집들이랑 새들이 예쁘고 신기해서요." 

"아하! 그러네요. 새들이 참 이쁘네요." 

그분은 나와 비슷한 자세로 새들을 잠시 감상하신 후, 떠나실 때는 근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한번 더 귀띔해 주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그분이 떠나신 후 얼마 안 돼서 또 다른 할머니 한 분이 지나시다가 말을 걸어오셨다.

"저기에 뭐가 있나요?" 

"저게 다 새집인가 봐요. 새들도 많아요." 

부족한 프랑스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대답을 했고 마스크 때문에 웃는 얼굴이 많이 드러나지 않을까 봐 눈웃음을 최대한 지어 보여드렸다. (마스크 끼면서 평생 안 해본 눈웃음이 많이 늘었다.)

이분은 한참 서서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너무 빨라서 나는 절반밖에 못 알아들었다. 본인의 집에 찾아오는 새들과 그 새들의 집 그리고 그 새들에게 어떤 먹이를 주고 그 새들이 얼마나 예쁘게 먹는지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본인께서 어찌나 더 신나게 말씀을 하시던지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죄송해질 지경이었다. 아마도 내가 새들을 엄청 좋아한다고 생각하셔서 반가운 마음에 그렇게 한참 들려주신 것 같다. 나는 "정말요?", "그렇군요", "멋지네요" 등의 간단한 추임새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가장 자신 있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더 많은 걸 알아듣고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른 아침에 길에서 마주치는 이방인에게 이토록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 동네 분위기가 꽤 따뜻하고 정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시댁에 갔다가 시어머니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자 시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동네에는 나처럼, 낯선 사람들과도 살갑게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네 프랑스어가 빨리 느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정말로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 알아듣지 못해서 안타까웠고 어서 빨리 프랑스어가 늘어서 낯선 사람들과도 웃으며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이웃들이 있는 동네에 살게 된 것도 참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