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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08. 2023

프렌치토스트의 프랑스식 이름은...

잃어버린 빵...? 

2021년 5월 20일


프랑스에서 아무리 빵이 저렴하다지만 나는 빵을 낭비하는 게 너무나 아깝다. 

아침에 보니 토스트기에 옥수수빵 4조각이 딱딱하게 굳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자서방은 어제저녁에 더 먹으려고 구웠다가 깜빡했다고 한다. 자투리빵 버리는 건 흔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지만 나는 음식을 낭비하는 일은 잘 용납이 안된다. 

아침 식사로 오랜만에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대충 계란 하나를 풀어서 빵 네 조각을 푹 담갔다. 마른 빵이 계란을 흠뻑 머금도록 한 후에 버터를 녹이고 그위에다 약불로 구웠다. 

그때 부엌으로 불쑥 들어온 남편.  

“프렌치토스트는 나한테 맡겼어야지. 내가 프렌치잖아. 게다가 나는 프렌치 중에서도 킹오브 프렌치토스트라는 걸 알면서. 다음에는 꼭 나한테 맡기라고.”

암... 잘 알지. 우리 남편은 나한테 잘못한 게 있을 때마다 아침에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줬다. 안 먹어 본 지 꽤 된걸 보니 요즘 잘하고 있구나 우리 남편.

다정하게 나를 끌어안아주며 남편이 짐짓 과장스러운 목소리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내 모닝커피는 언제 대령할 거야?” 

이 말은 그냥 가볍게 무시해 주었다. 




토스트를 완성한 후 꿀을 뿌려서 우유와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참 맛있다!


나는 시어머니께 토스트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렸다. 

[pain perdu구나! 프랑스에서는 프렌치토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빵 뻬흐뒤라고 부른단다.] 

와 신기하다! 나는 막연히 프렌치토스트가 프랑스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불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근처에 있던 자서방에게도 한번 더 물어보았다. 

“정말로 프렌치토스트를 프랑스에서는 빵뻬흐뒤라고 불러? 그건 직역하면 잃어버린 빵이라는 뜻이잖아?”

“맞아. 그렇다고 길에서 주운 빵이라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

“나 알 것 같아. 이게 딱딱해져서 못 먹는 자투리빵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낭비되는 빵이라는 의미를 담았을 것 같아.”

“그렇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손실되는 빵이니까.”

“그럼, 프렌치프라이는 프랑스에서 뭐라고 불러?”

“와이프도 알잖아. 그건 그냥 frites. “

아참 내가 아는 단어네. 감자튀김은 그냥 프힛. 즉, 튀김이라고 부른다.

"참 흥미로워. 이름에 프렌치가 들어가는데 정작 프랑스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니..."

"벨기에사람들은 벨기에가 원조라고 우기지만 프렌치프라이의 정확한 오리진은 아무도 몰라. 모두 가설일 뿐." 

"그래도 이름은 프렌치 프라이니까 프랑스 승리네." 

자서방은 이렇듯, 내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를 제외하곤 새로운 프랑스어나 프랑스문화에 대해 먼저 알려 주는 데는 크게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나는 시어머니 덕분에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식 이름으로 빵 뻬흐뒤, 즉 잃어버린 빵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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