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저씨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맨날 불 끄느라 고생하시죠, 국민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소방서에 보내오는 감사 편지에 쓰여있는 글귀입니다. 소방서와 119 안전센터에 가면 게시판 한쪽에 붙어있는 다정한 편지들이지요. 작은 손으로 힘주어 색칠한 주황색 옷을 입은 소방관 그림이 편지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렇듯 누군가를 지키는 이미지를 가진 소방관들은 지금도 불철주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근무 중입니다. 다양한 화재현장 출동, 응급 상황 구급 출동과 사고현장 구조 출동 등... 다양하고 많은 업무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 현장 출동을 위해 대기하며 늘 긴장상태에 머물러야 하지요.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는 구급차로 코로나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해주어 국민들이 무척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소방관들에 대해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영웅적인 모습, 헌신적인 모습만을 보고 있어 그 뒤의 고통과 괴로움을 보지 못하는지 모릅니다.
매 년 소방청에서는 전국 소방공무원의 마음건강관리를 위한 ‘마음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합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면장애 등을 겪는 소방공무원이 많습니다. 우울증은 사람을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끔 하는데 소방공무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응급상황을 자주 경험하며 타인의 죽음이나 부상을 목격하거나 동료대원의 순직 또는 부상을 목격하고 듣는 경험은 소방공무원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많은 소방관들이 ‘이런 것은 이겨내야 해, 난 나약하지 않으니까’라고 여기며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방치하거나 외면하고, 때로는 이를 버티어 내어야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힘들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습니다. 심리적 상처를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결국 지친 끝에 무기력해지거나 우울함에 빠지고 몸과 마음이 무너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소방관들도 자신을 지키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럴 때 전문 심리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세요. 우리의 마음은 들여다볼수록 어떤 부분을 힘들게 느끼는지 보이게 됩니다. 마치 매끈하게 잘 닦인 거울을 통해 보듯 아픔이 선명해지고 더 잘 알아차려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더 힘든 기분이 들어 ‘괜히 상담받았다, 그냥 참고 살면 되는 건데’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아져 가는 과정이랍니다. 내 아픔과 어려움을 바라보고 인정하고 보듬어줄수록 새로운 인식과 경험으로 세상을 만나며 달라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소방관들도 제복을 벗고 나면 그저 한 명의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기댈 곳이 필요하고, 어쩌면 마치 '人(사람 인)’이라는 한자처럼 서로 의지하며 기대어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 얘긴 제가 평소 상담할 때 자주 쓰는 비유이기도 하답니다. 그러니 소방관님도, 이 글을 읽고 계신 국민분들도 마음이 아플 때 도움을 받는 걸 망설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민 손을 잡아주고 기꺼이 어깨를 내어줄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약하다 생각 말고 오래도록 고되고 힘들었을 자신의 마음을 돌보아주시길 바라봅니다. 힘들 땐 항상 온마음 다해 여러분의 평안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떠올려주세요. 그러면 가을하늘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 거예요. 오늘도 모두의 안전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조윤경 상담심리사 (2024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서울소방심리지원단 수석상담사)
* 위 글은 헬스조선의 연재 <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의 [강해 보이는 '영웅'도 기댈 어깨가 필요합니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