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구나
오전,
아이들 학교 보내느라
한바탕 요란을 떨고 난 후라
더 고요한 집.
빨리 먹고
설거지랑 청소하자
돼지고기 넣고 끓인 김치찌개에
밥을 떠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하늘도 산들도,
언제 저리 시퍼레졌지?
푸른색은 영매마냥
먼 기억들과 영혼들을
불러들이는 색깔 같아,
넋 놓고 바라보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천 년 전 기록을 찾아본다.
1021년은
고려 현종 12년.
좋은 시절였나보다.
내가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이 자리가
천년 전
논이었는지 오두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천년 후에 이 자리에
또 무엇이 누군가 앉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훗날
3021년 즈음에
이 자리에서 한 여인이
밥을 먹다 울었다는 사실이
1000년 전 일이든
970년 전 일이든 (내가 70살까지 산다면 말이지-)
뭔 차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싶어서
눈물을 멈추고
밥을 다 긁어먹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