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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Sep 16. 2020

[독후감] 90년생이 온다


# 90년대 생이 온다


   나 역시 90년대 사람이다. 나와 내 친구들을 둘러봐도, 비교적 이전 세대와 가치관이 다르다. 하지만 차이점을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책에서는 쉽게 잘 다루고 있다.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자면 개인주의, 정의, 재미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세대적 가치관으로 모든 개인을 일반화할 수 없지만, 성향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주의], 내가 제일 소중해!


   어려서부터 '단체'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자라왔다. 소위 연대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다 같이 혼도 나봤고, 축제 준비를 위해 알바도 강제로 빼본 적도 있다. 모두가 잘돼야 개인이 잘된다는 생각으로 단체 활동이 더 중요시되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만 '우리'였지, 잘되고 좋을 땐 '너네'였다. 모두가 함께 노력했지만, 정작 혜택은 일부 특정 인원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결국 단체라는 것은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시키는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다.


   "조직의 성공 = 개인의 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져버린 지금,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한다. 뼈를 묻을 각오로 회사를 다녀봐야 토사구팽 당하기 십상이고, 내가 이번에 희생하면 다음에도 또 내가 희생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개인에게 더 이상 회사란 합당한 노동과 보수의 교환장소일 뿐이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인의 가치가 더 중요시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워라밸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생존법이다.



#[개인주의], 그거 이기주의잖아!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개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국민보다는 국가를, 직원보다는 회사를, 학생보다는 학교를 더 위한 사회였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보인다. 개인 약속이 있다고 단체 활동에서 빠지는 것은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못마땅하다. 아니 어쩌면, 그냥 못마땅하니깐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회사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 살 궁리만 하는 이기주의들 같다.


   하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명백히 구별되어야 한다. 피해를 주지 않은 선에서 개인의 행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팀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명백히 구분되어야 할 행동들이 그저 '단체'를 따르지 않는다고 이기주의라고 비난받기에는 부당해 보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개인주의고 이기주의인지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 참 어렵다.



#[정의],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요즘 젊은 세대는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가 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부도덕, 부당함을 관습이라는 미명 하에 묵인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SNS의 발달로 흩어져있던 개인들의 목소리가 결집되면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업의 부당한 행위와 유명인들의 차별적인 발언들을 비판하면서 자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전에는 원래는 그런 거라며 참으라고 이야기했던 일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개인 의견을 표출하는 90년대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요구가 더더욱 높아질 것 같다.



#[정의], 올바른 소통이 필요하다


   부당함을 참지 않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는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업무를 해왔던 것에 반해, 요즘은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따지거나 잡일을 시키는 것에 굉장히 투덜댄다. 그래서 어른들은 우리 보고 예의 없고 당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당한 것을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무례함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 업무와 관련된 합당한 지시마저도 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따지는 경우다. 이들에게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못마땅한 일에 대한 반발심을 '부당함'의 문제로 치부한다. 진정으로 부당한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부당하고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력이 길러져야 할 것 같다.



#[재미], 웃겨야 산다


   일반인 몰래카메라, 웃긴 짤, 워크맨/와썹맨/네고왕 등등 재미를 무기로 한 콘텐츠 인기가 많다. 동영상 시간도 평균 10분으로 짧은 편이라, 중간중간 쉬거나 출퇴근할 때 보기 편하다. 짧고 웃긴 영상들을 보면서 하루의 재미를 얻는다. 사실 마케팅도 well-made에서 B급 감성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제품의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가 된 지금, 품질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딱 맞아떨어진 것이 재미다. 그래서 재미가 없는 것은 매력이 없다. 그렇기에 살려면 웃겨야 한다.



# 빠르게 바뀌는 요즘 세대


   이 책이 유독 인기가 많았던 것은 윗세대가 보기에 지금 90년대 생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책으로 읽으면서까지 이해를 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모든 세대는 다른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들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기에 "예의가 없다", "개념이 없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갈등의 주원인은 시대의 빠른 변화 속도다. 1900년대 보다 2000년대 들어서, 사회의 변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지만, 요즘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다. 심지어, 나는 5살 넘게 차이가 나는 후배들을 보면서 종종 받아들이기 힘들 때도 있다. 나 역시 그런데, 어른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렇기에 시대적 변화를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가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 갈등하고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아마 몇 년 뒤에는, 90년생인 우리가 00년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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