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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Jul 25. 2021

[독후감] 내 어머니 이야기


#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


   내가 좋아하는 예능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 중의 하나로 꼽은 책이다. 책에는 작가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고, 힘든 시대를 살아온 고단함이, 또 근현대사를 겪었온 생생함이 살아 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창이 된다.


# 어머니의 삶을 그린 이야기


   작가의 어머니는 함경북도 북청에서 태어났다. 북청에서 사이좋은 부모님의 슬하에서 잘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도, 또 6.25 전쟁을 피해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온다. 또 전쟁 후 어려운 살림을 꾸리면서 자녀들을 키운다. 자녀들을 키우고 나니, 어느덧 훌쩍 주름이 지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긴 세월 지나온 이야기에는 전쟁으로 부모와 형제와 이별한 이야기, 첫 자녀를 잃은 이야기,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부모님도 이런 세월 지나왔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애틋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 나의 아버지 이야기


   우리 아버지 고향도 함경북도 북청이다. 남한으로 피난을 나와서, 아주 늦은 나이에 아들을 보셨다. 그런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종종 본인의 고향 이야기, 피난 이야기 등을 해주셨다. 하지만 어린 나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 지루하고 싫었다. 그저 컴퓨터 게임만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가 너무 싫어하자 아버지도 언제부터인지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당시로서는 너무 편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이 '이제야' 무척 그립다.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나마도 억지로 들었던 몇 가지 이야기로 아버지를 추측해볼 뿐이다. 나이가 들은 지금에서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때문인지, 몰입해서 책을 읽었다. 작가 어머니의 고향 사투리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도 저 말을 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북청 마을 삽화를 보면서 아버지가 살았던 마을도 저렇게 생겼을까 생각도 해봤다. 작가 어머니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가 살았던 삶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럴수록 듣지 않았던 아버지의 옛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만 커진다.


# 한 번쯤은 읽어도 좋을 이야기


   이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재밌게, 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까... 아마 나는 우리 또래 중에는 몇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오래된 이야기라 공감하기 참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당연함이 그 시절에는 아니였음을, 또 지금의 세대 갈등의 또 다른 이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역사 교과서에 보았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라서 신선하다. 그 시간대로 잠시나마 여행을 간 것 같은 기분도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러니 한 번쯤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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