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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Apr 03. 2023

[독후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이미지 출처: http://www.yes24.com/Product/Goods/93512875

# 생소한 직업, 유품정리사


   '유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서 처음으로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죽은 사람의 집안을 청소해 주고, 유품을 정리해 주는 일이 무척 생소했다. 무엇보다 작가가 유품정리사로서 마주해 왔던 안타까운 죽음들은 내게 너무 낯설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외로움 속에서 죽어간 이들의 죽음은 내 인생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영역에 놓여있었다. 가족들과 동료들의 애도 속에서 눈을 감는 것이 내가 평소 생각한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 고독사의 진정한 의미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 p. 161


   가장 인상 깊은 책의 한 줄. 내게 고독사란 죽어도 슬퍼해줄 사람 하나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고독사를 두고 외롭게 죽어간 이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 가족이 없어서, 가족과의 연이 끊어져서, 또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여러 이유로 말동무 하나 없었고, 밥 한 끼 같이할 사람 없었던 외로운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 죽어서도 몇 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된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무척 가슴 팠다.  정말... 그렇게 아무도 없었을까. 누구라도 있었으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 '죽고 싶다'는 말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잘살고 싶다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P.157


   삶이 벅차고 힘들 때, 희망 한 줌 없고 고통은 계속될 거라는 절망이 들 때, 그럴 때면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예전이라면 정말 죽고 싶은가?라는 의문을 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죽고 싶다'는 말은 '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염원이 담긴 비명이었다.

   그 누구도 흔쾌히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잘살고 싶지만, 그게 안되니 힘든 것이다. 그러니 '자살'에는 '살자'라는 의욕이 담겨 있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 아름다운 추억만 남는다


   유품정리사로서 집안을 청소하다 보면 고인들이 아꼈던 물건이 많이 나온다. 아까워서 쓰지 못한 것들, 또는 비싸서 쓰지 못했던 것들. 살아생전에는 소중하게 여겨졌겠지만 죽고 난 뒤에는 그저 쓰레기가 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이다. 그 방안에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 고인이 어떤 추억을 소중히 여겼는지 헤아려볼 수 있다. 사진이란 사랑한 사람들의 모습과 행복한 순간을 남겨 놓은 것이니깐. 고인은 그 추억을 마지막까지 마음속에 품고 살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죽음에 이르러서는 돈도, 값비싼 물건도, 명예도 덧없다. 오로지 행복한 추억만 남게 된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많이 쌓아야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서 내가 죽은 뒤에도 세상 한구석을 따뜻하게 덥혀 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 내게 있은 모두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 번외: 떠나가버린 친구


   이 책을 반쯤 읽고 있는 시점에, 3개월 간 연락이 두절됐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친구 어머니였다. 스치듯 뵌 적만 있을 뿐 통화는 처음이었다. 내가 남겨 놓은 부재중 전화와 카톡을 보시고는 아들의 죽음을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려고 전화를 거셨다고 했다. 3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지가 죽었다고 했다. 이제껏 공무원 준비를 하느라 연락도 끊고 공부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죽었던 것이다. 슬픈 마음보다는 너무 허망했다. 친구의 죽음보다도 3개월이 지나서야 알았다는 사실이 더 믿기 어려웠다. 당연히 장례식장은 가보지도 못했고, 마지막 인사도 건네지도 못한 채, 친구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허망했다.


   얼굴이 보고 싶어 져 사진첩을 뒤졌다. 핸드폰에는 최근 사진 5~6장 밖에 없었다. 바빠서 자주 못 보기도 했고, 그나마 1년에 서너 번 만나서도 사내놈들끼리 무슨 사진이냐며 찍지도 않았다. 남아 있는 사진이라곤 노트북 백업 파일에 있는, 대학생 때 찍은 오래된 사진이 전부였다. 사진 좀 미리 찍어둘걸... 동영상이라도...

   이때 이후로 친구들을 만나면 꼭 사진 한 장씩은 찍는다.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깐. 또 오래 기억하고 싶으니깐.


   사실, 친구한테 밥 사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마지막 연락 때 친구가 언제 밥 사줄 거냐고, 한 번 보자고 했다. 그때 내가 너무 바쁘고 귀찮아서 다음에 보자고 미뤘다. 여유로워지면 사주겠다고. 그러나 이제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미루지 말고 그때 사주었다면 한 번은 더 봤을 텐데... 미안함이 남는다.


   요즘은 오늘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항상 내일을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늘을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오늘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오늘 만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사랑하면 내일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인생도 잘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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