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는 대로
사랑니가 없는 것 통뼈인 것 어디가 잘났고 어디가 못난 것 나는 이렇게 태어났다.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정확히 반반 섞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는 책을 읽으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나이가 드는 건 나름의 기준이 생기는 것 같다. 물건을 고르는 것과 사람을 보는 눈 등 그러한 인사이트가 생긴다. 굳이 통찰이라고 말하지 않고 인사이트란 말을 쓰는 이유는 말할 때 외국어 또는 외래어를 섞으면 상당히 간지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영단어를 쓰는 게 말 끝마다 유남쌩을 섞는 재미교포도 아니고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 2주 이상 살아보지도 않은 내가 써도 어색하지 않나? 싶다가도 쓰게 되는 마법. 동시에 간지, 뽀대 같은 단어를 별생각 없이 남발하는 내 태도는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나? 근데 난 별로 어른스러워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철들고 싶지 않다. 철은 헬스장에서만 들 거다. 근데 세계화 시대에 외래어, 외국어를 쓰는 걸 타인이 문화 사대주의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 하늘 바람 구름 같은 순우리말만 쓰려고 고집하는 사람은 오히려 자문화 중심주의라고 비판해야 한다. 아닌가 아무튼 그런 생각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너무 생각이 많나? 생각이 든다. 나이키처럼 just do it 일단 대가리부터 처박는 그니까 맨땅에 헤딩하는 실행력이 부럽긴 한데 침착하게 하나하나 생각해 보는 내 성격도 나름 마음에 든다. 누구는 태평양에서 참치를 잡고 누구는 컴퓨터를 조립하고 누구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누구는 콜센터 전화를 받고 나는 회사에 다닌다. 가장 효율적인 분업화 사회에서 지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데 난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다. 아무튼 본론은 나이가 먹을수록 내 기준이 생겨서 좋다. 난 십억 더 가서 백억 빚이 생겨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일까? 중고차 살지 새 차 살지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판단을 유보하며 고민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나. 사랑스럽다.